고창·순천서 발생 … 도, 14개 시·군에 거점소독소 운영
▲ 전북 고창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6)가 발생해 전국 가금류 농장 종사자와 차량 등에 대해 이동 중지가 내려진 20일 오전 안성시 일죽면의 한 오리농장에서 방역복을 입은 농장 관계자가 소독을 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전북 고창과 전남 순천만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도내 가금류 농가들은 AI 악몽 재연에 초비상 상태다.

20일 농림축산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북 고창 육용 오리농장과 전남 순천만에서 검출된 AI가 고병원성 H5N6형 바이러스로 판명됐다.

농림부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됨에 따라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AI 확산 차단을 위해 '총력대응'하기로 했다.

농림부는 AI 방역대책 본부를 중앙사고수습본부로 전환하고, 전국 가금류 농가에 '가축·시설출입차량 및 축산관련 종사자'에 대한 일시 이동중지 명령(20일 0시~48시간)을 내렸다.

경기도는 AI 방역대책본부를 북부청사에 설치하고, 여주, 이천, 화성 등 14개 시·군에 이날부터 거점소독소를 설치·운영하는 등 강도 높은 방역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AI 발병 소식을 접한 도내 가금류 농가들은 '고병원성 AI가 확산될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AI 발병으로 오리 3만5000마리를 살처분 한 이천의 농장주 김모(51)씨는 "지난해 AI가 발병해 반 년간 농장을 운영하지 못해 막심한 손해를 봤다"며 "하루 두 차례씩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AI 발병은 신의 영역과 같아 확산이 우려된다"고 하소연했다.

화성시 남양읍에서 토종닭 1만2000여 마리를 기르는 농장주 최 모(50)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AI 타격으로 토종닭 모두를 살처분 해 올해 8월까지 농장 운영을 중단했다.

최씨는 "당시 정부 지원금 2000여만원을 받았는데 인건비(월 250만원) 등을 제외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며 "올해 빚내서 농장을 다시 운영하고 있지만 AI가 잇따라 발생하면 농장을 접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도 관계자는 "도내 가금류 농가들에 큰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방역활동을 강화하는 등 방역에 온 힘을 다해 조속히 AI 확산을 막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에서는 지난해 11월20일 양주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 처음 발생한 AI가 도내 시·군으로 확산되면서 도내 4730여 농가 중 206개 농가의 닭과 오리 등 1588만4000여 마리를 살처분 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