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 유치싸움 … 정치권은 '눈치싸움'
해사법원 인천 설치는 해양도시로서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지역 현안이다. 인천과 부산간 유치경쟁이 과열되면서 정치권에서의 논의도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해사법원은 해상 분쟁이나 해사 사고를 전담하는 전문법원으로, 세계해운 6위국인 우리나라는 해사법원이 없어 해사법률 분쟁발생시 영국·싱가포르 등 외국의 중재제도나 재판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인해 연간 3000억원대의 소송비용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반면, 동북아 물류시장을 놓고 우리와 경쟁중인 중국은 약 40여 개의 해사법원을 설치해 연간 1만6000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등 해사법원의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우리 해운업계와 학계, 법조계 등에서도 지난 2006년부터 해사법정 활성화에 나서 전담재판부 설치 등의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조선, 해운 등을 종합하면 세계 최고의 해양강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해사법원의 설치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해사법원 설치를 위한 법안은 모두 4건이 발의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인천에서는 자유한국당 정유섭(부평갑) 의원과 안상수(중·동·강화·옹진) 의원이 법안을 대표발의 했고, 부산에서는 현 해양수산부장관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과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이 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 법안들은 해사법원 소재지를 놓고 인천(정유섭)과 부산(김영춘·유기준)이 최적지임을 각각 내세우고 있고, 대안으로 서울에 본원을 두고 부산과 광주에 지원을 두는 방안(안상수)까지 제시된 상황이다.

이처럼 해사법원 설치를 둘러싸고 인천과 부산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법안은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되지 못한 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 지역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국회에서 논의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지역정치권에서도 눈치싸움의 형국을 보이고 있다.

결국 해사법원의 문제는 다양한 법안간에 절충점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 한국해법학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서울에 본원을 두고 인천·부산·광주에 지원을 두는 중재안을 제시하며 논의에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중재안에 따르면, 서울 본원은 2심 사건을 전속관할하고, 1심은 선택적 중복관할을 인정해 수요자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넓히도록 했다.

또, 심판 범위에 항공운송 사건을 포함, '해사·항공법원'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현재 정치권에서는 해사법원과 함께 노동법원 설치가 논의되고 있으며, 해사법원 소재지에 대한 합의점이 도출되면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조태현·이상우 기자 chot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