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가 겸 정신과 의사인 저자
환자 사례로 최초 '고통 이론' 펴내
▲ 장 다비드 나지오 지음, 표원경 옮김, 한동네, 222쪽, 1만5000원
"사랑은 기대이다. 그리고 고통은 그 기대가 뜻밖에, 갑자기 끊어질 때 생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정신분석가이자 정신과 의사로 파리에서 5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장 다비드 나지오(Juan David Nasio)가 사랑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사랑의 신비를 담담하게 풀어놓은 '사랑은 왜 아플까?-사랑과 고통의 정신분석'이 최근 출간됐다.

오랫동안 정신분석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또 사랑의 고통을 치유한 경험이 풍부한 노련하고 신중한 저자는 '우리는 왜 사랑을 할까?', '온전한 사랑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다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마음 뿐 아니라 몸으로 나타나는 사랑의 고통을 어떻게 설명할까?', '애도의 끝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은 어떻게 될까?' 등의 질문을 통해 내가 하고 있는 사랑, 내가 했던 사랑을 돌아보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고통은 감정, 광기와 죽음에 맞서 싸우는 마지막 힘이다. 그것은 우리를 회복시키는 생명력을 보장하는 최후의 노력 같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고통에 관한 자료가 적었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을 통해 분석한 환자의 사례 속에서 고통을 살피면서 스스로 이론화 작업을 했고, 이 책은 바로 그 노력의 결실이란 면에서 고통에 관한 최초의 이론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1971년 29세의 나이로 파리7대학교 교수가 된 이후 30여년간 재직했다. 정신분석학계에서 고전이 된 '정신분석의 근본개념 7가지'와 '오이디푸스: 정신분석의 가장 근본적 개념', '히스테리: 불안을 욕망하는 사람'을 비롯, 전 세계 13개의 언어로 번역된 33권의 책을 펴냈다.

나지오의 문체는 특별히 간결하고 정확해서 어렵고 복잡한 정신분석 사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가 하면, 전문가를 위한 세미나 외에도 TV와 라디오, 잡지 등을 통한 대중 강연 뿐 아니라 외국에서의 강연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정신분석 대중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공로로 그는 프랑스의 레지옹도뇌르 기사상과 국가공로훈장을 받았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