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구 인천시 사회적기업협의회장
지난달 18일 발표된 범정부 차원의 일자리 로드맵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은 그간 현장에서 나온 의견들 중 상당 부분을 반영하려 노력했다. 실제로 중요한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여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활성화'방안은 기존 사회적 경제 기업과 조직들을 예산과 정책으로 더 많이 잘 지원하고, '무엇을 위해…왜' 지원해야 하는지 뚜렷하지 않다. 사회적 경제를 단지 '새로운 일자리의 보고'라는 차원에서, 혹은 '시장성과 사회적 가치를 병행 추구'한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강조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내적 한계도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시대정신인 소통과 협치를 담보할 보장 조치가 구체적이지 못해 지원이란 명목 아래 사실상 행정의 일방 주도, 개인적 안면과 스타기업·전문가·명망가 중심의 줄서기 현상이 계속될 우려도 여전하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기대는 아직은 '조건부 희망'일 뿐이다. 따라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지지하고 성공을 기원하는 입장에서 이를 위한 3가지 전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1-도달점:미래에 대한 사회적 경제의 견고한 합의가 공유돼야 한다. 경제가 일자리와 동일 차원이 아니듯, 원래 사회적 경제 자체는 일자리 창출과 동의어가 아니다. 따라서 일자리 정책에 단순히 포함·환원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에 사회적 경제의 의미 혹은 미래 역할과 관련해 일자리 창출의 기본적 공통분모를 넘어 기존 경제에 대한 사회적 경제 구축의 3주체, 즉 현장기업·행정·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본격적 논의와 최소한의 견고한 합의가 더욱 필요하다.출발선에 선 모두가 도달점에 대해 함께 대답할 때다.

2-이행론:일자리를 넘어서는 사회적 경제 고유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양질의 일자리란 무엇인가. 매출, 급여, 고용조건 상 수치상의 격차를 줄이고 가능한 한 상향평준화로 따라잡는 것이 사회적 경제의 목표이다. 어떻게 보면 좋은 일자리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행복한 삶의 조건이자 진정한 사회적 경영의 결과물일 뿐이다. 사회적 경제의 특징과 자원은 보이는 물질이나 재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치이자 사람이다. 따라서 그 생각의 핵심에 먼저 부와 행복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자리잡아야 한다. 나아가 일자리 5년 로드맵을 넘어선 더 큰 과제, 즉 사회적 경제 구축의 중장기 로드맵이 정립·공표·공유될 필요성을 갖고 있다.

3-출발점:먼저 사회적 경제 내부의 주된 흐름과 구성을 바꿔야 한다. 현실 사회적 경제가 다 좋은 것이고 사회적 경제의 이름으로 웬만하면 모두 용인될 수 있는가? 소유·지배 구조에 대한 아무런 제한이나 제약이 없는데도 기업가의 선한 의지에 의존할 뿐 향후 지속적인 사회적 경영을 견인하고 담보할 그 어떤 다른 방안이 있는가? 사회적 경제에 주어지는 기대와 이상과는 달리 현실에선 영리추구를 포장만 한 채 사적·자의적·관행적 경영을 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주체당사자 조직 내부와 행정과 시민사회에 대해 더 큰 자기 주장과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사회적 경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늦게 온 자, 모자란 자, 뒤처진 자에 대한 양보와 배려는 형식적으로 된 채 어느 새 인맥·선점·이권과 경쟁적 일등주의가 사회적 경제의 이름으로 득세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그렇지 않아도 이미 형식 제도에 불과한 인증기준을 분야별로 완화해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등 이번 활성화 방안에 포함된 여전한 수량화 정책이 해결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인증시에는 영리추구 기업이나 단순생계 기업의 무장벽 전입을 '사전 필터링'으로 제한해야 한다. 즉 해당기업의 사회성·진정성·실효성을 다양한 현장 평판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증 후에라도 6개월 내에 사회적 성격으로 기업 자체의 고유한 가치 정립과 구조 개선을 적극 유도·지원한다. 기존의 많은 공공부문이나 공익영역의 사업조직들이 지역 내 합의와 내부 결단에 의해 지배구조와 운영체질을 사회적 성격의 진정한 사회적 경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제도화한다. 나아가 이러한 전환을 공공부문뿐 아니라 선진적인 일반기업에까지 확대해 더 많은 전환형 공익형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을 기획·발굴·육성·통합해 내야 한다. 내부 협업의 규약화로 간접 지원 강화와 융자 방식을 벗어나 사회적 금융 조달을 통한 사회적 경제 책임투자 등을 제도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상의 제안은 몇 가지 예시일 뿐이다. 출발에 앞서 어떻게든 큰 틀에서 사회적 경제 내부의 배치·구성비와 영향력을 균형적·긍정적·친화적으로 바꿔내는 것 없이 사회적 경제의 주된 흐름을 진정한 연대와 자주와 호혜와 포용의 선순환으로 바꿔낼 전망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