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백령도 농민들이 정부의 쌀 수매 정책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백령도에서 재배되고 있는 새누리쌀을 내년부터 수매 매입 품종에서 제외한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수확 품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현지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탁상 행정이다. 기후, 토질상의 특성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정이다. 도서 지역의 농민들이 누굴 믿고 그 힘든 영농에 매달려 있는가. 제 주머니 돈으로 선심이나 쓰는듯 유예 기간도 주지 않고 '수매 중단'을 결정하는 자체가 오만하다.

정부는 지난달 초 내년부터 쌀 매입 품종에서 새누리를 제외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벼가 다수확 품종으로 쌀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고품질의 쌀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옹진군은 작년 백령도와 북도, 영흥도 등에서 생산된 쌀 5721t을 수매했다. 매입금은 6500만원이다. 이중 백령도가 옹진군 쌀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곳 농민들은 당장 유예 기간도 없이 기후와 토질에 맞지 않은 '하이아미' 품종을 재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새누리 품종은 백령도에서 최근 10여 년 동안 재배해 토착화된 품종이어서 수확률이 높다.
백령도 쌀 재배지는 대부분 염해지나 간척지다. 그러나 하이아미는 소금기가 높은 땅에서는 잘 자랄 수 없다. 백령도의 토질과 기후 등을 고려하면 생산량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쌀인 것이다. 백령도에서는 이미 2014년 한 차례 하이아미를 시범 재배했었다. 당시 23만여㎡에 하이아미를 심었다. 그러나 수확철이 되자 목도열병이 발생해 단 한 포대도 수확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목도열병은 벼 이삭의 목에 생기는 병으로 이삭이 잘 여물지 못해 수확을 바라기 어렵다.

농민들은 하이아미의 시범 재배를 통해 기후와 토질에 충분히 적응시킨 뒤 단계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백령도의 벼 재배 농가는 900 여 호에 이른다.
이들에게 하루아침에 현지의 기후·토질에 맞지 않는 품종으로 바꾸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품종 교체로 인한 수확량 감소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보전해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