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야학(夜學)에 잠시 참여한 적이 있다. 주말마다 서구 가좌동에 있는 3번 시내버스 종점에 가서 '안내양'에게 중학교 수준의 몇몇 과목을 가르쳤다. 그들은 차고지 안의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기숙사 식당이 임시 교실이었다. 당시 그들의 호칭은 '차장'이었다. 여차장은 언제나 승객들로 꽉 찬 버스의 문을 온 몸을 이용해 닫아야 했다. "다음 동인천역 내릴 분 없으세요?" 그들은 승객이 내릴 정류장을 미리 안내하고 이를 기사에게 소리쳐 전달해 정차시켰다. 기사와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아 내려야 할 정류장을 그냥 통과라도 하면 승객에게는 물론 그 버스 기사에게도 거친 육두문자를 듣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만큼 이 업무는 중요했다. 안내양으로 취직하면 며칠 동안 선배 안내양과 동승해서 노선 정류장 이름을 달달 외워야만 했다.

요즘은 정류장 안내 방송이 GPS를 이용해 자동으로 정확하게 나온다. 승객은 내리기 전에 하차 벨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최근 인천 버스에서는 '삑' 소리 대신 "기사님은 슈퍼 울트라 그뤠잇", "기사님, 엄지 척 기운 팍!" 등 다양한 육성을 들을 수 있다. 이름 하여 '해피버스(bus)데이' 캠페인이다. 초등학생부터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400여명의 인천 시민이 직접 녹음했다. 특히 김구라, 지상렬 등 인천 출신 연예인을 비롯해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방송인 김생민이 목소리를 담아 승객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응원' 벨은 버스 기사들에 대한 감사와 격려 더 나아가 인천시의 교통 문화를 개선하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짧은 말 한마디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이 응원 메시지는 버스 기사들에게 생일축하곡 "해피버스데이 투유"보다 더 기분 좋은 말인지도 모른다.

불현듯 야학에서 만났던 안내양들이 생각난다. 한때 현금, 버스표(토큰) 등 승객의 차비를 직접 받았기 때문에 그들은 종종 '삥땅'을 의심 받아 몸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숙식, 노동 조건 등 근무 환경이 열악했지만 공부할 때는 마냥 행복해 보였다. 늦었지만 그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정말 고마웠어요, 누이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