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관찬 무예서 <무예제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책은 조선시대 군사병법과 무기를 다루는 무예기술을 담은 책으로 수원시가 최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무예제보>는 지난 달 북한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한 <무예도보통지>에 앞서 편찬한 책이다. <무예제보>는 곤보·패보·선보·장창선보·장창후보·파보·검보 등으로 나눠 무기 그림과 제원무기사용법, 기예의 도보, 제세총도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제세총도는 각 기예의 세를 모두 연결해 대련 형식으로 만든 교련체제이다. 누구나 쉽게 보고 읽을 수 있도록 그림은 물론 한문과 한글을 함께 사용해 만든 것이 특징이다.

<무예제보>는 임진왜란 이후인 1598년 전쟁에 필요한 무예법의 필요성에 따라 제작됐다. 이 책의 계보는 <문예제보속집>, <무예제보번역속집>,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이 된 <무예도보통지>로 이어진다. <무예제보>를 바탕으로 꾸준히 내용을 보완해왔다는 얘기다. <무예제보>는 병자호란과 6·25전쟁을 거치며 국내에선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프랑스 초대 공사였던 콜랭드 플랑시가 가져가 파리 동양언어문화학교 도서관에 1종만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수원시가 운좋게도 개인소장자가 '가보'로 갖고 있던 <무예제보>를 구입함에 따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무예제보를 만든 사람은 한명회 5대손인 한교였다. 그는 임진왜란이 발생하자 공부를 중단하고 의병을 일으킨 실천하는 지식인이었다. 그가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일으킨 의병은 큰 성과를 냈고 그 공로로 관직에 나아간다. 이후 그를 눈여겨보던 서애 유성룡은 선조에게 한교를 추천했고, 한교는 새로 수입한 중국의 병서 <기효신서>를 연구한다. 한교는 명나라를 오가며 포·검·창 등 무기의 새로운 기법을 터득하고 훈민정음과 한문으로 정리해 마침내 <무예제보>를 편찬했다. 조선군사들은 이 책을 통해 검법과 창법을 세밀하게 수련했고, 정조의 <무예도보통지>로 이어졌다. <무예제보>는 조선시대에 실천하는 지식인 등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이 책은 또한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함으로써 제1정보혁명을 일으킨 우리나라 인쇄술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