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란 무엇인가. 어떤 사안에 대하여 규칙을 만들거나 폐지하는 것에 일정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해왔는가. 그러한 합의는 과연 옳았는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낙태죄에 관해 또다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낙태죄'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23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헌재는 다시 낙태죄 규정에 대하여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낙태죄'는 269조 1항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벌한다는 '자기낙태죄'와, 270조 1항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모두를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위의 두 조항이 현재 합헌이라는 사실 하에 사회 구성원들은 낙태를 하는 것은 죄가 된다는 것에 일정하게 동의하는 듯하다. 그러나 단지 낙태가 법적으로 처벌받는다는 이유로 '낙태는 죄가 된다'는 생각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도출된 것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즉 법에 명시되어있다는 사실만으로 '낙태가 죄가 된다'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낙태죄와 관련한 청원은 이에 관한 한 예가 된다.

'낙태죄'가 합헌인 채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쪽은 생명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서라면 '생명에 관한 권리'를 놓고 보다 신중하게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 낙태가 필요한 적지 않은 경우가 성범죄에 의해 임신이 되었을 때이다. 뱃속의 생명이 중요해서 낙태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 이전에, 성범죄가 있었다는 사실과 또 강제로 임신하게 된 피해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누구의 생명이 더 소중하냐고 순서를 매기거나, 덮어놓고 모두 다 소중하다고 말하기 이전에 우리는 어떠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내용에 합의를 해야 하는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