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칼갈이' 박경목씨, 연매출 8000만원 성공신화
"사용자 습관따라 길들이는 법 달라 … 전통방식 고수"
"칼갈이는 단순히 무뎌진 칼날을 가는 게 아니라, 고객이 새 칼을 잡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작품을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사우동 대장장이'라는 타이틀에 칼갈이 숫돌이 달린 기계를 실은 0.5t 트럭을 몰고 김포와 부천, 고양시를 돌며 칼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 박경목(61)씨의 말이다.

박씨가 칼갈이 길에 들어선 것은 7년 전이지만 그는 지금 3000원 칼갈이로 연매출 8000만원을 올리는 서민갑부로 성공한 칼갈이의 장인(匠人)이다.

그는 자를 수 있는 도구라면 가위, 회전칼날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작업을 진행한다.

언뜻 보면 기계의 힘을 빌려 대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칼의 종류와 재질을 따라 그에 맞는 가공법으로 연마해 최적의 작업이 가능한 날의 상태를 만들어 준다.

"칼은 사용자의 습관과 용도, 구조와 재질에 따라 가는 방법이 다릅니다. 무조건 간다고 되고는 것이 아니다"라는 그의 말이 괜한 자랑은 아니다.

그는 처음 칼갈이를 시작할 때부터 공업용 그라인더 대신 전통방식대로 숫돌로 칼을 간다.

그라인더로 칼을 갈면 빨리 갈 수는 있지만 칼이 뜯겨나가 정교하게 갈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손을 거친 칼이 과학이 담긴 예술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동식 칼갈이로 창업을 하기 전까지 그는 대기업에서 영업부서에서 일해 왔었다.

'영업왕'에 오를 정도로 왕성하게 일하던 그가 일을 그만 두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업무성과에 대한 스트레스와 퇴직 후를 고민하기 시작하던 50대 중반이다.

그는 퇴직을 결심하면서 나름대로 창업아이템의 기준을 정해 놨었다.

수요는 많지만 하는 사람이 적고, 고객이 행복해하고 고마워하는 그리고 자본이 적게 들고 현찰을 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칼 가는 모습을 보고 그는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에 이 일을 시작했다.

시골 출신이라 어려서 농사짓는 것을 보고 익힌 박씨는 칼이나 낫을 가는 일이 낯설지 않았지만 남에게 돈을 받고 갈 만큼의 실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많은 않았다.

"어차피 시작한 일 한 번 해보자는 각오로 기술 익히기에 나섰지만 칼 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도 없어 고생 많았지요."

세 번이나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던 그의 손에서 험난한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은퇴 후에 칼갈이로 제2의 행복한 인생을 시작한 그가 칼갈이로 서민갑부가 되기까지에는 노력과 직업에 대한 철학과 자부심, 영업맨 출신다운 그만의 남다른 영업실력, 낙천적 마인드, 그리고 틈새시장을 공략한 완벽한 전략이 있어 가능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오래도록 벌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 답게 그의 꿈은 나이가 더 들면 캠핑카에 칼갈이 장비 싣고 전국을 다니며 칼을 갈아 경비를 벌며 여행 다니는 게 꿈이다.

/김포=권용국 기자 ykkw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