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 성남청소년오케스트라 단장 "국영수 위주 교육서 벗어나 예체능 기회도 공평하게"
"청소년들이 어떤 교육환경과 만나느냐에 따라 장래의 갈림은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그들에게 교육·체험의 기회를 공평하게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용준(64) 성남청소년오케스트라 단장은 24일 인천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청소년은 우리 미래의 주인공이다. 그들이 각자 세운 목표를 이뤄가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고교 때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연주하고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이어 미국 루이지애나 침례신학대학에서 지휘자 공부를 하며 오케스트라에 대한 꿈을 가슴에 깊이 새겼다.

박 단장은 "1990년대 중반쯤만 해도 성남은 공연할 공간도, 변변한 문화 단체도 없었다"면서 "이런 열악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아트센터 건립을 시작으로 시립교향악단에 이어 청소년오케스트라 창단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성남지역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데 산파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남청소년오케스트라는 1998년 창단됐다. 현재 단원은 87명(초·중·고·대학생)이다.

이탈리아 로마 세계 문화축제 축전 초청공연, 헝가리 데브레첸 시립교향악단 초청 합동공연, 일본 미야자키현 청소년 오케스트라 초청 및 교류 음악회 등 많은 연주회를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청소년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 성남시 국제 청소년 관현악 페스티벌은 성남청소년오케스트라를 한 단계 끌어 올리는 발판이 됐다. 서울·과천·성남청소년오케스트라, 독일 뮌휀 청소년오케스트라, 북경음악원 등이 합주했다. 그때 지휘자는 첼리스트 장한나 였다. 장한나가 지휘자로 데뷔한 무대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국·영·수에만 매달린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음악, 미술, 체육 등의 활동이 공부에 지장을 주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성남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음악이 좋은 인성을 기르는데 순기능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단원 출신 가운데 많은 아이들이 국내 명문대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외국에서 음악과 관계없는 경영학, 응용 에너지 공학 등을 전공하고 있다.

조성원(바이올린)과 김상윤(크라리넷) 등은 세계 음악 무대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성남청소년오케스트라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음악회' 등 매년 4차례 정기 연주회를 열고 있다. 또 클래식과 실용음악을 통합한 경연대회인 '나도스타 오디션 음악회'를 열어 그 장르를 넓히고 있다.

그는 "단원 중 음악 전공자는 10%에 불과하다"며 "그들은 무료로 빌린 분당구청 대회의실에서 일주일에 한 번 연습한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더욱 더 큰 감동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주소는 아는 사람의 사무실에 두고 우편물을 받아 보고 있다"면서 "단원 회비와 협찬, 후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난하다. 그러나 별 탈 없이 20년 동안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왔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성남청소년오케스트라는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

박 단장은 "해외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해 교류하고 유엔총회 개막 전 퍼포먼스로 '장애인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음악회'를 열고 싶다. 성남청소년오케스트라의 '글로벌화'가 그것이다"고 말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