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듣고 공연 즐기고 … 여기는 '秋憶 1번지'
▲ 오는 2019년이면 40주년을 맞는 '딴뜨라'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LP펍이다.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잠자리와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가을이 찾아왔음을 알린다. 인천의 거리도 수줍은 듯 조금씩 붉은 빛으로 물들고 있다. 가을 향취에 제대로 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팥 없는 찐빵이자 약방의 감초인 '음악'이 빠질쏘냐. 인천의 음악1번지는 중구 신포동과 부평이 아닐까 싶다. 1950~60년대부터 미군클럽이 성업해 늘 재즈와 블루스, 스탠더드 팝 등 서양음악이 가득 메우던 신포동도, 애스캄(ASCOM)부대가 있던 부평도, 인천이란 오선지를 음표로 수놓았던 그 시절이 있었다. 추억에만 머무를 필요는 없다. 지금도 라이브연주와 긁히는 소리가 매력인 레코드판(LP)이 쉴틈없이 돌아가는 클럽이 많기 때문이다. 음악 마니아들의 발걸음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그곳의 문을 두드려보자.


▲추억의 LP … 아날로그 음악에 취해볼까

# 전국 최고(古) 100년 역사를 채워가는, '딴뜨라'

몽환적인 분위기의 붉은 조명과 밝고 빵빵한 음악까지, 맥주 한 잔에 가볍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이곳은 38년째 신포동을 지키고 있는 딴뜨라다.

24년 째 딴뜨라를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는 '인생은 해피엔딩'이라는 특유의 긍정주의로 늘 밝고 신나는 노래를 선호한다. 술 한 잔 들이키며 음악에 취해 고개를 까딱이고 흥얼거리는 손님들이 에너지를 얻어가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는 그다.


불혹을 내다보고 있는 딴뜨라를 위해 가게 앞을 차 없는 거리로 파티를 열고 손님들에게 베풀 계획이다. 다음 달 제주 애월에 문을 열 딴뜨라 2호점과 연계해 판을 키워볼 생각이다. 훗날엔 딴뜨라 로고를 넣은 티셔츠나 열쇠고리 등 기념품을 만들고픈 욕심도 있다.

"1979년부터 한국의 LP 턴테이블 펍 역사를 쓰고 있는 만큼 인천 시민들도 자부심을 느끼고 자주 찾아와주세요."

중구 중앙동4-7, 032-762-8786


#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놀이터, '흐르는물'


흐르는물 안원섭 대표의 센스 있는 선곡은 이미 지역에선 유명하다. 단골의 음약취향을 모두 기억해 습관처럼 수천여장의 LP판 중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내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담담하지만 큰 울림이 있는 포크음악과 영화 주제곡, 국악, 외국팝 등 담소를 나누기에 딱 좋은 분위기의 노래가 늘 흘러나온다.

그동안 부정기적이지만 고(故) 흑우 김대환, '따로또같이'의 고(故) 이주원, 음유시인 정형근, '묻어버린 아픔'의 김동환, 포크계의 저항가수 양병집, 인천문학작가 시인 김영승 등 수많은 예술인들이 공연차 이곳을 찾았다. 지난달부터 매달 지역 출신 '김형섭퀸텟'도 초청하고 있다. 우연히 본 이들의 공연에서 느낀 열정과 감동을 손님들에게도 전하기 위해서다.

"지역 예술인들의 사랑을 먹고 큰 만큼 30주년엔 솔개트리오, 백영규, 유심초, 최용민밴드 등 인천출신 식구들 중심으로 일주일 간 릴레이공연을 하고 싶어요. 많이들 오셔서 축하해주세요."


중구 관동3가 7번지. 032-762-0076


# "오늘의 사연은요~", 'CCR'

남동구 만수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한 달 전 신포동으로 둥지를 옮긴 CCR. 답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기에 늘 신포동에 대한 향수가 있었던 박철희 대표. 그만큼 신포동과 음악의 연결고리를 잘 아는 그이기에 각오도 남다르다. 공간과 인테리어, CCR의 자랑인 최고급 음향장비를 재정비해 더욱더 웅장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카페이자 펍인 이곳은 오전 11시 일찍이 문을 열어 한가로운 낮 시간 음악을 듣고픈 이들에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선사하고 있다. 밤엔 화려한 입담으로 정신을 쏙 빼놓는 DJ의 진행으로 손님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웃고 즐긴다.

"앞으로 라이브공연도 진행할 생각입니다. 가게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은 최고의 만족감과 편안함을 드릴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하겠습니다."

중구 신포로 23번길 9, 032-777-5015


▲재즈·록 오감만족 … 라이브 공연 골라듣자

# 인천 최고(古) 재즈애호가들의 애정공간, '버텀라인'


목조 골격의 높은 지붕과 흙을 쌓아 올린 벽, 100년이 넘은 근대건축물에서 듣는 재즈곡은 어떤 느낌일까. 옛 구조는 재즈 클럽의 독특한 분위기를 더하고 매주 금요일 정기공연과 한 달에 한 번 올리는 기획공연 때 울림과 여운을 더 깊게 전달한다.


1999년 10월9일 신관호빅밴드를 시작으로 물꼬를 틀어 재즈계 선·후배의 만남의 장이기도 한 버텀라인. 허정선 대표는 "지난해 프랑스 국민베이시스트 격인 앙리텍시에가 먼저 공연을 하고 싶다며 연락이 와 깜짝 놀랐다"며 "70대임에도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굉장했다. 국내 클럽 공연은 버텀라인이 유일해 기억에 남는다고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재즈'가 절대 어려운 장르가 아니라고 했다. "광고음악이나 영화 배경음악 등 재즈는 어쩌면 늘 우리 곁에 가장 익숙한 장르이기도 해요. 대중적인 곡부터 마니아를 위한 곡까지 다양한 재즈곡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구 중앙동4가 8-4 2층, 010-5657-1302


# 부평 미군클럽의 명성을 잇고 있는 '락캠프'

'예술빙자사기단·닥터코어119·불타는버스·카멜라이즈·프리스콥….' 가게로 들어가는 계단을 따라 벽에 붙은 수십 장의 포스터는 그간 락캠프의 발자취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8군 주둔 당시 부대 주변에서 일하던 아버지 덕분에 클럽문화와 친해진 정유천 대표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그 문화를 다시금 펼쳐보고자 공간을 마련했다. 그가 속한 '정유천블루스밴드'와 홍대·인천 밴드 3~4팀이 매주 토요일 무대에 올라 마음껏 음악을 하고 시민들의 공연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정 대표는 "사실 실력이 출중하지만 설 무대가 없는 인디밴드들이 우리 클럽에 오면 서러움을 토로하듯 열정적인 공연을 한다"며 "덕분에 시민들도 양질의 무대를 맘껏 즐길 수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오는 12월3일은 락캠프가 20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그동안 공연했던 모습을 모은 사진전과 3일 기획공연, 락캠프에 꾸준히 다녀간 20여팀과 기념음반도 작업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부평구 갈산동 381-3 지하1층·032-518-1245


# 헤비메탈 록계의 '진짜'가 나타났다, 'FM'

해골 프린트 티셔츠에 찢어진 청바지, 빈티지 재킷과 카우보이 모자, 팔의 화려한 문신이 비로소 화룡점정을 찍는다. 72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그의 젊은 패션 감각에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기타 줄을 튕기는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준급 연주 솜씨를 뽐내는 황영선 대표에게선 여유마저 풍긴다.

20살부터 의정부·동두천 일대 미8군부대에서 기타를 잡은 그는 이후 지방 관광호텔과 인천 프린스호텔, 인천해관, 뉴반도 등에서 헤비메탈 록 연주를 선보이며 50년 넘는 헤비메탈 록 인생을 걷고 있다. 메탈리카 'One', 딥퍼플 'Highway star', 스키드 로우 'I remember you' 등은 그가 눈감고도 연주할 만큼 자신 있는 곡이기도 하다. 그는 "골수마니아나 대학시절 음악동아리 활동을 했던 분들이 많이 찾아오신다"며 "어떤 곡이든 신청만 하시면 환상적인 연주를 보여드리겠다"고 자부했다.

중구 관동1가 13번지 지하1층, 032-764-0544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