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자리를 잡고 있는 극지연구소를 독립 기관으로 키우자는 법안에 제동이 걸렸다. 해양수산부의 입김이 작용해 독립이 막힌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전체회의를 열어 자유한국당 안상수(중동강화옹진) 의원이 발의한 '극지활동 진흥법' 제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법안 내용은 심의 과정에서 대폭 변경됐다. 핵심으로 꼽혔던 극지연구소의 '독립기관화'는 물 건너 간 셈이다. 당초 안 의원은 극지 활동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연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도록 한국극지연구원을 설립하는 조항을 법안에 담았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기관인 극지연구소는 독립시켜야 마땅하다. 농해수위도 검토보고서를 통해 "극지연구소가 부설 기관으로 운영되면서 국제 협력 등 대외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극지 활동 강화 등을 위한 독립법인화 취지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무슨 까닭에서인지 최종 법안 제정에서 '극지연구소 독립 기관'은 빠지고 말았다. 결국 극지연구소의 독립·전문성 확대 법안은 '반쪽짜리'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부산으로 옮기는 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기관으로 극지연구소를 그냥 남겨두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해수부는 지난 4월 '남극 연구활동 진흥 계획'을 통해 내년부터 송도 극지연구소 인근 부지에 산학연 협력관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사업비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해수부가 중요한 극지 정책을 놓고 오락가락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부산 출신 정치인인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취임한 후 인천에 소재한 극지연구소를 부산시로 이전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따른다.

극지의 자원은 무궁무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지 과학·정책·산업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포럼·전시회를 여는 일도 그런 이유에서다. 어디를 지원하고 손을 대야 할지, 정부가 잘 알아서 할 일이다. 정치성을 철저히 배제한 정책 입안이 정말 아쉬운 때다. 일관성 없는 정책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 나라 발전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