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곤 본보 통신원
사상 유례없는 '황금의 추석연휴'를 앞둔 백령도가 관광객 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서해북단 평화의 섬 백령도에는 지금 가을 꽃게는 물론 성게, 비투리(소라), 팔랭이(간재미), 놀래미, 우럭 등 싱싱한 자연산 해산물이 풍년을 맞았다. 백령도 특유의 모밀향 짙은 냉면과 칼국수, 매일 콩을 갈아 생산하는 백령두부 또한 가을 식도락가들의 코끝을 자극한다. 동네에선 '슈퍼다시마'를 말리는 향이 여기저기 퍼지고 있기도 하다.

가을햇살에 드리워진 '코발트 블루'의 바다와 점박이물표범, 가마우지 등 백령도의 환경은 가히 전국 최고라 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가족과 함께 두무진의 기암괴석이 펼쳐진 해변, 콩돌해안, 사곶천연비행장 등 해안가를 산책하면 도시에서 무거웠던 머리가 한순간에 맑아질 것이다.

싱싱한 해산물도 해산물이지만 백령도에 오면 꼭 먹어야 할 음식들이 있다. 1951년 1월 서해 최북단 백령섬에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백령도 본토인보다 훨씬 많은 2만여명이 인민군을 피해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었다.

그들은 남북대치가 금세 끝날 줄 알고 어머니와 처자식 등을 두고 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꿈은 그러나 하루 이틀,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점점 금가기 시작했다.

1953년 남북을 가로막는 두꺼운 장벽이 쳐지면서 고향에 갈 수 있는 길은 완전히 막혀버렸다. 육지는 3·8선으로, 바다는 북방한계선(NLL)으로 나뉘며 사람들도 남쪽사람, 북쪽사람으로 갈라진 것이다.

고향에 돌아가길 포기한 사람들은 살길을 찾아 인천이나 태안 같은 육지로 빠져나갔다. 그 와중에도 오매불망, 고향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백령섬에 남았다.

그들에게 유일한 낙은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었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그걸 원조로 해서 만들어진 백령도의 대표적 음식이 바로 '백령냉면'이다.

백령도에서 재배한 모밀을 원료로 만드는 백령냉면은 일반 냉면과 국수의 중간 정도 식감을 자랑한다. 돼지뼈를 푹 고아 만든 뿌연 육수에 까나리액젓, 들기름, 겨자, 식초를 적당히 넣어 먹는 백령냉면은 백령사람들은 물론 인천사람들이 꼭 맛봐야 하는 음식이다.

인천연안부두에서 배편으로 4시간만 가면 가슴이 탁 트이고 머리가 맑아지는 곳, 그곳이 바로 백령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