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법안 국회 상임위 통과...해수부 입김작용 독립 막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자리한 극지연구소를 독립 기관으로 키우고, 전문성을 확대하는 법안이 반쪽짜리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극지 산학연 협력관 조성 계획을 스스로 흔들었던 해양수산부는 극지연구소를 올해 부산으로 옮겨지는 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기관으로 남겨두자는 의견을 냈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전체회의를 열어 자유한국당 안상수(중동강화옹진) 의원이 발의한 '극지활동 진흥법' 제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 법안은 농해수위 심의 과정에서 대폭 '칼질'됐다.

핵심으로 꼽혔던 극지연구소의 '독립기관화' 내용은 빠지고 말았다. 당초 안 의원은 "극지 활동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연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도록 한국극지연구원을 설립하는 조항을 법안에 담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기관인 극지연구소를 독립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극지연구소 독립이 가로막히는 과정에는 해수부 입김이 들어갔다. 지난 13일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강준석 해수부 차관은 "극지연구소가 현행대로 존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농해수위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극지연구소가 부설 기관으로 운영되면서 국제 협력 등 대외 활동에서 어려움이 있다. 극지 활동 강화 등을 위한 독립법인화 취지가 인정된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빠졌다.

해수부가 극지 정책을 놓고 애매한 태도를 보인 건 처음이 아니다. 해수부는 지난 4월 '남극 연구활동 진흥 계획'(2017~2021)을 통해 내년부터 송도 극지연구소 인근 부지에 산학연 협력관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사업비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해수부가 설계비조차 신청하지 않으면서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제2쇄빙연구선 건조가 함께 추진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관성 없는 정책은 혼란만 키우고 있다. 올해 해양과학기술원을 가져가는 부산시는 부설 기관인 극지연구소도 함께 이전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하기까지 했다. 부산 출신 정치인인 김영춘 해수부장관이 취임하면서 '극지연구소 흔들기'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극지연구소 이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못박았지만 극지 활동을 지원하는 법안마저 제동이 걸리며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법안 처리나 예산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