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균 한국은행 인천본부 화폐관리팀장

서울 태생인 필자가 처음으로 인천에 발을 디뎠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82년이다. 약관의 나이에 첫 직장생활을 인천에서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필자가 봉직하고 있는 직장이며 '한국은행 인천본부'는 다시 돌아온 현 근무부서의 명칭이다.

인천을 떠났던 1986년을 기점으로 해도 31년 만이니 여하튼 강산이 세 번 이상 변한 게 틀림없다.

그 옛날 바닷물을 끌어와 막아서 해수욕장을 만들었던 송도는 '桑田碧海'가 아닌 '碧海摩天'(摩天樓:하늘에 닿는 높은 집)이 되어 IFEZ(인천경제자유구역)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고 영종도는 주위의 여러 섬(용유도, 삼목도, 신불도)을 통합해 하나의 섬이면서 인천국제공항이 되었으며 역시 예전에 바다였던 청라지구 또한 매립되어 거대한 주거상업지역이 되었다. 엄청나게 바뀐 국토의 모습과 인천의 지도를 보면서 실로 만감이 교차했다.

50대 중반이 되어 다시 돌아온 한국은행 인천본부에서의 필자 직책은 화폐관리팀장이다. 시중에서 유통되다 들어온 다양한 화폐(은행권과 주화)의 장수(개수)를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화폐와 사용할 수 없는 화폐를 구분하는 한편, 사용 가능 화폐는 세상 밖으로 다시 내보내고 더러워지고 훼손되어 사용불가능한 화폐에 대해서는 사망선고 및 폐기처리까지 하는 그야말로 화폐의 순환 및 일생을 관장하는 직무이다.

'돈'의 어원은 여러 가지가 있다. '돌고 돈다' 라는 설과 석기시대 화폐의 시작이었던 '돌'에서 '돈'이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돈…. 신용카드, 전자화폐, 가상화폐 등 'Cashless Society'가 임박해 있다지만 아직도 돈은 우리 주변에, 또 우리 지갑 안에 차곡차곡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엄청난 사랑을 받기도 하고 잔인한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돈, 그래서 우리네 희로애락과 함께 하는 돈….

본디 나무였었는데 잠시 펄프가 되었다가 무색의 종이가 되는 공정을 거쳐 천연색 잉크와 반짝이 문양옷을 입고 빳빳하고 어여쁘게 탄생된 돈, 세상으로 나가 여러 사람들의 손과 손을 거치고 여행을 하면서 점점 낡고 바래지는 돈…. 마침내 고향인 한국은행으로 돌아와 더러워지고 훼손된 지폐, 즉 폐기화폐는 잘게 썰어져 일정한 크기로 압축된다.


돈으로서 생을 마감한 것이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그 압축물은 부활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윤회하여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 자동차의 부품으로, 또는 건축자재로…. 이름 그대로 영원히 우리 곁에서 돌고 도는 돈의 운명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상반기중 전국적으로 폐기한 화폐는 총 1조7077억원(은행권 1조 7063억원, 2억6000만장, 주화 13억9000만원, 5000만개)이며 이에 따른 폐기비용은 304억원이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두배 가량이 된다. 돈을 만드는 데도 돈이 들어가고 돈을 없애는 데도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러한 비용 또한 모두 국민의 소중한 돈(세금)이다.

인천시민들은 지금 본인의 지갑에 들어있는 돈을 꺼내 유심히 관찰해 보길 바란다. 내 돈은 어떤 상태이며, 어떤 모습인지. 여러분도 돈을 항상 깨끗하게 쓰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돈의 아름다운 주인이 되어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