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외면하던 공항공사, 뒤늦게 롯데와 협의 나서
"경제부총리 행보 영향" 뒷말 … 업계 비관적인 반응
중국의 사드 보복 장기화에 따른 면세업계의 경영난 호소를 외면해왔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협상에 나선다.
공사는 롯데면세점의 임대료(최소보장액) 조정 협의를 공식으로 요청한 것과 관련,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최근까지 롯데의 임대료 인하 조정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공사의 입장과 배치된다. 업계는 공사가 협의에 나서는 것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면서도 비관적인 결과를 예상하는 눈치다.

인천공항에선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3사의 '임대료 인하' 요구를 "협상 대상이 아니다"며 무시하던 공사가 뒤늦게 협의에 나선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19일 인천공항에서 면세점 애로사항 청취에 나서면서 공사가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천공항 개항 초기부터 면세점을 운영 중인 롯데는 '인천공항 철수'라는 배수진을 치고 임대료 인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인천공항이 개항한 2001년부터 롯데가 지불한 임대료 6조5000억원은 여객터미널 2개를 건립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공사가 지난해에도 8000억원 넘는 흑자를 기록한 만큼 상생 차원에서 임대료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사는 롯데가 제시된 예정가(최소보장액)보다 145% 높게 투찰해 경영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는 현행 임대료가 중국인 관광객 시장의 상승세를 반영해 책정된 것이고, 예상치 못한 시내면세점 특허(허가) 난립, 사드 보복 장기화로 매출이 급감했다고 항변한다.

실제 관세청이 시내면세점 허가를 남발한 영향으로 신라, 신세계, HDC신라, 한화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롯데·신라·신세계 사장단은 3일 정일영 공사 사장과 긴급회동을 갖고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성과 없이 끝났다.

/김기성 기자 audis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