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바둑에서 패배를 각오하고 판을 흔들기 위해 승부수(勝負手)를 던진다. 상대방이 제대로 응징하면 더 큰 손해를 입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던지는 일종의 모험이다. 상대의 감정을 동요시켜 자멸을 꾀하기 때문에 마약(痲藥)을 미끼로 쓴다고 볼 수도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의 장남이 마약에 손을 댄 사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장남은 3년 전 군대에서 후임병 폭행과 성추행 가해자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받았다. 당시 윤일병 사망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그의 아들은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숱한 뒷말을 남겼다.

남 지사는 지난해 뜬금없이 지역 이슈가 아닌 '모병제' 화두를 중앙무대에 던져 정치생명의 위기를 모면했다. 그의 모병제 이슈 선점은 자신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장남 과오를 씻어내기 위한 일종의 '승부수'였던 셈이다. 그런데 이번엔 여론이 녹록지 않다. 남 지사의 정계은퇴와 바른정당의 자유한국당 흡수통합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여론은 '아픈 손가락'인 장남의 범죄 연루 외에도 당이 처한 상황도 맞물려 있다.

이혜훈 전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에 이은 것이라 당혹하는 지도부의 기색도 역력하다. 바른정당 입장에선 2015년 김무성 의원의 사위에 이어 마약 스캔들만 두번째다. 당내에서 "이러다 '마약당'이란 정치공세에 시달리게 됐다"는 자조섞인 탄식이 나오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굿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남 지사는 그동안 소신 발언으로 지지기반을 다져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친박 핵심 세력을 향해 "사이비종교 신도 같은 느낌이 든다" "밤 세계 조직폭력배 모습 같다"라며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전 최고위원을 싸잡아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런 그가 이번엔 어떤 승부수를 던져 돌파구를 찾을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