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라산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이어진 철길을 보고 있는 실향민들.
▲ 군사분계선에서 조촐하게 열린 '경의선철도연결식'.
▲ 경의선 철길 받침목에는 국민들의 소망이 쓰여진 동판을 깔았다.
비무장지대 공사현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지뢰와 전쟁의 잔해물이 쏟아져 나왔다. 흙에 묻혀있던 벌겋게 녹슨 철길을 모두 제거하고 새로운 레일로 깔았다.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흔하게 울어대던 새들도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군사분계선에서 '경의선철도연결식.'이 소수의 남북당사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거행됐다.

철길과 철길이 이어지는 쇠 소리는 빠르게 남북으로 퍼져나갔다. 그 소리는 통일을 염원하는 7000만 동포의 소리라고 생각했다.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만에 끊어졌던 철길이 우여곡절 끝에 이어지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경의선 철길이 이어져 통일을 불러와 기차를 타고 개성. 평양. 신의주를 거처 중국과 러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여행을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전쟁이 끝나고 반세기가 지난 후에야 새롭게 깔린 철길 위를 기차가 달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실향민들도 있었다. 그러나 다수의 실향민들은 기차가 힘차게 북으로, 북으로 달릴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겠다는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나는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에서 전쟁으로 끊어졌던 경의선 철길이 이어지는 광경을 끝까지 지켜보면서 흥분과 걱정이 교차했다. 하지만 기차가 남으로 북으로 힘차게 달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비무장지대 우리 쪽 철길 받침목에는 국민들이 저마다의 소망을 동판에 쓴 것으로 깔았다. 그 소망은 구구절절 기차를 타고 북한에 두고 온 부모형제 만날 수 있다는 내용과 평화, 통일이었다. '도라산전망대'에서는 백발이 성성한 실향민들이 경의선 철길이 이어진 것을 보려고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만큼 실향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증거였다. 오직 이어진 경의선 기차를 타고 북에 두고 온 부모형제를 만날 수 있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듯 했다.

최병관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