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임·콘서트·개그·연극 … 열정의 무대 느껴봐
▲ 김선찬 인천연극협회장


가을의 문턱인가보다. 연극보기 딱 좋은 그 계절 말이다. 1980년대 인천 신포동을 중심으로 깐느, 돌체, 경동예술극장, 신포아트홀, 배다리예술극장 등을 중심으로 '연극의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 소극장이 활발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그 명맥을 잇고 있는 공간이 있다. 조금 더 가까이서 배우의 섬세한 표정과 몸짓, 숨소리를 느끼며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인천의 소극장으로 가 보자. 열정으로 가득찬 배우들이 지금도 손때 묻은 대본을 들고 열심히 연습하며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소리 없지만 즐거운 클라운마임극 '작은극장 돌체'

28년의 역사를 가진 할아버지 소극장 '돌체'. 1984년 돌체 단장인 최규호·박상숙 부부가 극단 '마임'을 결성하면서 인천에 무언극 물결이 흐르기 시작했다.

클라운마임은 피에로와 어릿광대가 몸짓이나 표정으로 표현하는 연극과 무언극으로, 최 단장이 최초로 만든 장르다. 이곳에선 매년 3·5·7월 국제교류 행사와 마술, 인형극 등 정기공연을 한다.
또 박 단장이 시민들을 지도해 그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 시민참여프로젝트도 9년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돌체는 올해로 22회를 맞는 '인천국제클라운마임축제'를 통해 지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번엔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스페인·페루 등 9개국의 마임, 넌버벌 등 아티스트를 초청해 오는 24일까지 지역 곳곳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곳은 CMS를 통한 후원 및 회원제로 운영된다. 누구나 회원가입할 수 있으며, 예약만 하면 가족 3인까지 무료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박 단장은 "돌체는 인천을 넘어 전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역사가 깊은 소극장"이라며 "남녀노소 많은 분들이 내면의 것까지 몸으로 다채롭게 표현하는 클라운마임과 친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구 매소홀로 573, 032-772-7361

#인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공연들 '문학시어터'

2010년 문학경기장 내에 문을 연 문학시어터는 144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연극부터 뮤지컬, 무용, 콘서트,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한다.

지난 6월 공연기획사에 몸담고 있던 현어진 극장장이 새로 오면서 문학시어터는 더욱더 신선한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 8~9일엔 홍콩의 유명 극단을 초청해 인기극 '무조건 결혼상담소'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 작품은 워낙 호응이 높아 한국어로 번역해 문학시어터만의 레퍼토리로 만들 계획 중에 있다.

또 지난 15~17일엔 인천대 공연예술학과 극단 '인파'가 '백년이발소'라는 극을 올려 많은 시민에게 감동을 전했다.

현 극장장은 "인천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다양하고도 젊은 공연을 많이 소개해드리겠다"며 "어느 소극장보다도 좋은 시설을 갖춘 이곳을 다목적공연장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역시 쉴틈없이 돌아간다. 다음 달엔 포크 그룹 '동물원'의 원년 멤버인 김창기의 콘서트가, 수능이 끝난 뒤엔 인기연극 3편을 선보이는 '매소홀 겨울 연극제'가, 12월엔 국민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22~25일 통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남구 매소홀로 618 문학경기장 야구장 1루 지하1층, 032-433-3777

#관객 맞춤형 하드코어 개그 빵빵 '개그팀리어카소극장' 

"5, 4, 3, 2, 1! 리어카!"지난 13일 소극장을 찾은 인항고 1학년 문예창작반 학생들이 목청껏 외치자 개그맨 정성훈이 능숙하게 개그 코너를 시작한다. 대학로에서 함께 하던 동료와 단 둘뿐이지만 무대와 극장 안은 이미 그들만의 기운으로 가득 찼다. 데면데면하던 학생들은 자연스레 그들의 개그에 녹아들었고 어느새 무대에 서서 웃음을 주기도 했다.

학생, 연인, 노인, 직장인 등 관객에 따라 맞는 코너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개그팀 리어카는 2015년부터 이곳에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최고령 94세 어르신이 찾아와 웃고 갔을 정도로 이미 인천의 '웃음사냥꾼'이기도 하다.

인천 출신이라 그런지 리어카의 가장 큰 장점은 옆집 형, 오빠처럼 금방 관객과 친해져 더욱더 화기애애하고, 쉴틈없이 관객이 참여하게끔 하는 개그를 선보인다는 것. 때론 개그감이 뛰어난 관객덕분에 그들이 준비한 무대에서 벗어나는 일도 있지만 베테랑 개그맨답게 70분을 이끈다.

7세 이상이라면 누구든 매주 토·일 오후 4시 그들의 개그를 볼 수 있다. 평일엔 10명 이상 단체 관객에 한해 공연한다. 현장에서 티켓을 구입하거나 쿠팡과 옥션에서 예매할 수 있다.  

남동구 구월동 1399-2 지하1층, 010-3328-9062

#조용하던 북카페가 소극장으로 깜짝 변신 '북앤커피'

신포동의 북앤커피와 극단 '십년후'가 손을 잡았다. 인천에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소극장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원도심의 부활을 위해 카페 일부를 소극장으로 꾸몄다. 카페 단골손님들은 "여기가 북앤커피 맞아?"라며 낯섦을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14일엔 남사친·여사친의 사랑과 우정사이를 유쾌하게 풀어낸 '노총각, 노처녀', 남들은 지극히 당연한 일들을 마음먹고 키워가며 먹먹한 사랑을 이어가는 '그를 사랑한 여자', 만취한 회사 선배의 빅피처(Big picture) '러브스타트'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20여 명의 관객들은 커피와 함께 감정의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연극을 즐겼다.

송용일 십년후 대표는 "장기공연을 올릴만한 소극장이 없어 늘 고민했는데 마침 윤미경 북앤커피 대표와 뜻이 맞아 '장기공연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달 15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7시30분에 진행되는 '사랑 소묘'는 6편의 에피소드 중 3~4편만이 무작위로 무대에 오르게 된다.

공연 일정은 홈페이지(blog.naver.com/10years1994)를 확인하면 된다. 1만5000원이면 연극과 커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중구 개항로 14 2층, 032-431-0268


[김선찬 인천연극협회장] "배우·작품에 조금만 관심 가져주길"

"인천엔 시민들의 애정에 목마른 소극장과 배우들이 정말 많아요. 진정한 '문화성시 인천'을 위해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배다리소극장, 답동성당 등에서 꿈을 키우며 청춘을 보냈던 1인으로서 김선찬(48) 인천연극협회장은 지금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끼와 재능이 넘치는 인천의 배우들과 그들의 몸짓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설 무대도, 보여드릴 관객들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모두 연극하면 이미 상업시장이 잘 잡혀있는 대학로만 떠올리지만 사실 인천도 양과 질로서 절대 작품성이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이어 "회장이 된 2015년부터 줄곧 예술인들의 무대와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나아지는 게 없어 답답하다"라고 털어놨다.

시민들의 진정한 문화향유권과 지역의 문화 발전을 위해서라도 우선은 배우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최우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천연극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는 선·후배들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시민들께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인천에 문화·예술 하는 친구들 정말 많습니다. 가까운 내 집 앞에서 먼저 즐겨주신다면, 아마 그 친구들 더욱더 신나서 열심히 무대에서 뛰어놀 겁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