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기 황해섬네트워크 상임이사
'제주올레' 탐방객이 10년 동안 770만명을 넘어섰다. '놀멍 쉬멍'이라는 모토로 올레는 제주도 대표 콘셉트가 되었다, 제주도 하면 올레다! 심지어 인천 덕적도에 가도 올레식당이 있을 정도다. 왜 이토록 느린 삶이 주목을 받고 있는가? 현대인의 삶과 관련이 깊다. '빨리 빨리'를 외쳤던 한국식 문화가 '천천히 쉬면서' 문화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끽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걷는 인간' 즉 '순례 향유자'의 출현이다.

인천은 168개의 섬을 '보물섬'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왜 인천의 섬이 보물섬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보물섬이라는 판타지와 같은 홍보 이미지만 있을 뿐이다. 보물섬이 주는 이미지가 실감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동안 추진해 온 '매력 있는 애인섬 만들기'도 마찬가지다. 접근성, 정주성, 소득증대, 관광여건 개선 등, 섬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정작 인천 섬에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만 분분하다.

찾아오는 매력 있는 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섬이 갖고 있는 자원을 충분히 이해하고 섬 주민과 밀착해야 한다. 섬이 갖고 있는 특성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한 채 섬 주민을 설득한다는 것은 역과부족이다.
그 중 하나가 최근 섬마다 벌어지고 있는 '길 이름 명명하기'이다. 전국에 걷기 열풍이 더해지면서 섬 특성화 시범마을 육성사업으로 시작된 인천 섬길 명명하기는 시작부터 졸작이 염려된다.
섬에 대한 이해 부족은 섬 주민의 애환이 깃든 섬문화를 제대로 몰라 기름진 말로 포장하기 급급하다. 섬은 녹록지 않다. 섬주민은 도시인의 살진 말을 경계한다.

인천 섬에는 세계적인 자원이 있다. 바로 '갯티'이다. 갯티란 조간대에 형성되는 해양과 육지부 만나는 경계로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에서만 발견되는 데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독특한 섬 경관이다.
이곳에는 무수한 생명체가 공존한다. 갯벌만큼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섬 주민에게는 노동 공간이고,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되어 준다.

갯티가 다채로운 것은 바다와 육지가 서로 어우러지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조간대라는 극단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품고 있다는 것은 진귀한 일이다. 이 지구상에도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문화의 발신이 이루어지듯, 갯티는 바로 단절되고 소통이 막혀버린 오늘날의 가치를 전복하고, 다양성과 공생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장소로 손색이 없다.

섬은 모든 길이 다 '갯팃길'이다. 굴을 따러 가든, 담치를 따기 위해 재를 넘든, 밭을 가든, 산으로 가든지 다 갯팃길로 가는 길이다. 갯팃길을 따라 걷다보면 바다 위로 펼쳐진 섬섬이 피로에 찌든 몸과 마음을 씻겨준다. 섬사람이라면 갯티를 모르지 않는다. 오랜 채취문화가 살아있고 갯노래와 같은 노동요의 탄생지이자 생활의 애환이 깃든 곳이다. 즉 갯티문화야말로 진정한 '섬문화의 보고'인 것이다.

세계적인 해양문화 유산으로 손색없는 갯티를 보전하고 섬 자원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없어 아쉽다. 굴업도 땅콩밭과 남대문바위, 교동도 삼도수군통어영과 사신당, 460년 동안 지켜온 문갑도 당산, 덕적도 3.1독립만세기념비, 최분도 신부 공적비, 어부조난자 위령비, 백아도 동백꽃과 섬집, 대청도 돌의 정원, 연평도 안목어장, 영흥도 특정도서 항도, 장봉도 부부 당산목과 제비우물, 어업조합 건물 등 숱한 섬문화 유산이 바로 갯티문화와 연관이 깊다.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다면 인천에는 갯팃길이 있다. 갯팃길을 따라 형성된 섬문화 유산은 '섬 순례자'에게는 매력적인 장소다. 그 자체가 이미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된다. 이를 갯팃길과 함께 자원으로 삼는다면 여행자에게 신선한 매력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기회에 인천 섬길 이름을 '갯팃길'로 하자. 갯팃길 탐방객을 위해 '갯팃길여행자센터'를 운영하면 어떨까. 인천 섬만이 갖고 있는 갯티를 섬 자원으로 삼는다면 섬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