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코스를 처음 접하는 경우, 혹은 한두 번은 왔지만 여전히 기억이 가물거릴 때, 또는 홈 코스인 냥 자주 치는 코스라 해도 좋은 정보를 마다할 필요는 없다. 오늘은 스코어카드에 코스공략의 전략이 숨어 있다 얘기다.

필자는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습관적으로 스코어카드부터 우선 챙긴다. 그것도 가능한 빨리 입수하려 체크인 카운터에서부터 주문한다. 캐디를 만나 코스에 들어설 때는 이미 늦은 감이 있다. 당연히 그 날의 경기내용을 꼼꼼히 기록하여 간직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스코어카드에는 보석같은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에 미리 분석하고 숙지하려면 미리 챙겨야만 하기 때문이다.

스코어 카드를 꼼꼼히 살펴보면 뒷면에 코스 전경 사진, 코스레이팅과 슬로프, 홀별 핸디캡, 로컬 룰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1) 코스 전체의 그래픽 사진은 단순히 치장으로만 볼 수 없다. 각 9홀 구성 흐름이 클럽하우스를 기준으로 시계방향인지 반대 방향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아 슬라이스 혹은 훅 골퍼에게 유리 한지 불리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자신의 볼 구질을 감안해 조심해야 할 홀을 미리 스코어카드에 표기해 둘 수 있다. 참고로 오른손잡이일 경우 오른쪽 도그레그 홀에서는 페이드나 슬라이스 구질이 되어야 좋지만 반대로 왼손잡이인 경우는 그 반대로 드로우나 훅 구질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골퍼의 대부분이 슬라이스 골퍼가 대부분임을 통계가 말해준다. 그래서 골프 코스는 우측으로 혹은 시계방향으로 홀이 휘어지게 설계한다. 그래야 골프코스의 진행흐름이 원만해져 골프장의 경영효과도 크게 득을 본다. 참고로 투어선수들의 대부분이 오른손잡이다. 세계적 명성을 날리는 필 미클슨은 왼손잡이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페이드를 치는 코스에서 드로우를 쳐야한다.

2) 코스레이팅과 슬로프는 스코어카드 귀퉁이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이는 코스의 난이도와 구릉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자신의 핸디캡에 준해 오늘의 목표 점수와 볼이 발보다 높낮음의 빈도와 업다운 힐의 정도를 감안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술 샷과 위기관리 샷 등을 미리 예견해 볼 수도 있다. 코스레이팅과 슬로프의 설정 기준은 차후에 기회를 마련하여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3) 홀별 핸디캡은 해당 18개 각 홀의 난이도를 보고 미리 유념해 둔다. 홀별 난이도는 핸디캡이 제로인 스크래치 골퍼의 평균 점수 순으로 매겼으므로 매우 정확하고 논리적이다. 쉬워 보이는 홀에서 어처구니없는 스코어를 기록하면 '잔디밑에 핸디캡이 숨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바로 이 점을 뒷받침한다.

4) 해당 골프장에 기본 KGA의 로컬룰 외에 별도로 설정된 룰이 있는지를 미리 살펴본다. 비정상 코스의 표식 유무, 해저드의 경우 드롭존 유무 등 가능한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그 외에도 코스로 나가는 출구나 퍼팅 연습 그린주변에 그린 빠르기를 표시해 두었다. 직접 퍼팅 그린에서 퍼터로 볼을 굴려가며 그 속도를 경험해 보는 것은 무척 중요하고 필요한 자세이다. 그러나 그린 빠르기의 표시는 골프장 측에서 주먹구구식으로 표기해 두는 것이 아니다.

스팀프미터라는 과학적 기구를 통하여 그린의 빠르기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이 기구는 측정하려는 그린위에다 거치해 두고 위에서 볼을 슬라이딩시켜 볼이 멈추는 지점까지의 구름을 측정한다. 보통 피트 단위로 표기하기 때문에 9피트(2m 70㎝)가 넘으면 빠른 그린으로 보고 그보다 낮으면 느린 그린으로 볼 수 있다.

10피트(3m)가 넘으면 매우 빠른 그린으로 보아야 한다. 이 수치와 실제 연습에서 느껴지는 본인만의 감각으로 이론과 실제를 매칭해두면 실전에서 훨씬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병사의 전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전쟁에 임박해 가장 바쁜 지원 조는 정보부대이다. 전장의 모든 정보를 입수해 전술을 수립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골프는 나와 골프코스간의 일종의 전쟁이다.

그러나 따로 정보부대가 없다. 내 스스로가 병사이고 정보부대다. 그러니 스코어카드와 코스에 임하기 전 동원 가능한 모든 정보를 입수해야 한다. 더 이상 스코어 카드가 캐디만의 점유물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권리라 생각하자.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호박을 발로 걷어차지 말자.

▲조진현 프로필
샌디에이고골프스쿨 졸업/고려대 졸업
임팩트매니지먼트 대표
(사) 대한시각장애인골프협회 기술이사

/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