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야구선수 어색하지만 소통하는 코치 될 것
▲ "제2의 인생 파이팅!"
▲ /사진제공=SK와이번스
"SK 박재상~ SK 박재상~ 오~~오~~"

지난 9일 인천 SK행복드림야구장에는 SK와이번스 박재상(35) 선수의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2016년 9월1일 서울 고척돔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 이후 1년 만이다. 부상 등으로 이번 시즌에서 출장 기회를 얻지 못했던 박재상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박재상은 후배들이 잘 해 주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팀으로 옮기는 것보다 입단 후 지금까지 뛰었던 SK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아트 스윙'으로 불리며 SK 야구왕조의 한 축을 담당했던 박재상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2만여 명의 관중들은 힘찬 응원가로 앞날을 응원했다.

박 선수는 이날 경기 후 가진 은퇴식에서 "SK 유니폼을 입은 지 벌써 17년이 흘렀다. 은퇴를 고민하면서 지난 선수 생활을 돌이켜봤다. 그동안 저는 '우승'이라는 영광도 누렸고 적잖은 좌절도 맛봐야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 속에는 변함없이 절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있었고 버팀목이 돼준 가족, 코치님들, 감독님들. 또 함께 하이파이브를 나눴던 동료들이 있었다. 이 모든 분이 있었기에 박재상이라는 선수가 있을 수 있었다"며 자신에게 힘이 돼 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앞으로 도전할 제2의 인생도 많이 응원해 달라"며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재상은 내년 시즌부터 SK와이번스 코칭스태프로 합류할 예정이며, SK는 코치로서의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리더십교육, 소통교육 등 다양한 코치 능력 함양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SK왕조 부활을 알린 은퇴식
SK는 17년 동안 팀에서 활약한 '원클럽맨' 박재상을 위해 특별한 은퇴식을 마련했다.

박재상과 전성기를 함께 보낸 이른바 '왕조' 시절의 멤버들이 함께 그라운드에 선 것이다. 2007년 5월1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의 실제 선발 라인업인 김강민(중견수)-조동화(우익수)-김재현(지명타자)-박정권(1루수)-박재상(좌익수)-최정(3루수)-정경배(2루수)-박경완(포수)-나주환(유격수)이 그 멤버다.

이 가운데 김재현 SPOTV해설위원을 제외한 멤버들이 각자 왕조 시절의 수비 포지션을 지켰다. 정경배·박경완 현 SK 코치도 오랜만에 수비를 맡았다.

좌익수 자리에 있던 박재상은 팬들의 응원가와 함께 타석으로 자리를 옮겼고, 투수 채병용의 공에 맞춰 '아트 스윙' 세리머니를 펼쳤다.

꽃다발을 전달한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박재상과 '셀카'를 찍는 장난기도 발휘하며 박재상의 제2의 인생을 격려했다.

특히 SK 선수들은 모두 '박재상', 번호는 '7'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벌인 넥센과의 경기에서 2-1 끝내기 승리로 은퇴 선물을 안겼다. SK는 이날 이후 3승 1패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제2의 야구인생, 지도자의 길
지난 13일 강화군에 위치한 SK퓨처스파크에서 만난 박재상 선수는 은퇴식 후 별도의 휴식시간 없이 '제2의 박재상'을 꿈꾸는 2군 선수들과 함께 구슬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은퇴한 소감을 묻자 "은퇴식에서는 행사진행에 집중하다보니 실감하지 못했는데, 집으로 돌아와 한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인물정보에서 '전 야구선수'로 소개되는 자신이 아직은 어색한지 "진짜냐?"고 되묻더니 "뭐 지금도 후배들이 코치님이라고 부르니까…"라며 아쉬움도 내비쳤다.

박재상은 먼저 성대한 은퇴식을 마련해 준 구단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솔직히 두드러진 스타 플레이어도 아니었는데, 은퇴식을 마련해 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분위기가 너무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린 것 밖에 없는데 화려하고 감동적인 은퇴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재현, 이호준, 박경완, 정경배, 박재홍 등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게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트레이트마크인 밝고 유쾌한 이미지에 대해서는 "지금은 NC 다이노스에서 뛰고 있는 이호준 선배의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금의 박재상을 만들어 준 계기는 '김성근 감독과의 만남'을 꼽았다. 박 선수는 "감독님이 지시하신 훈련량을 소화하면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며 "힘들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기술과 체력, 정신력까지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은퇴식 후 김 감독에게 전화로 인사 드렸더니 "아쉬워하시면서도 어차피 지도자의 길을 걸어야 하니까 열심히 하라고 덕담을 해 줬다"고 전했다.

지도자로서의 목표는 뭐냐는 물음에는 "기술적인 면보다 심리적인 면에서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며 "야구를 직접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선배들의 조언도 많이 들으면서 공부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SK팀의 올해 성적에 대해서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넥센·롯데와 경쟁하고 있는데, 현재 부상 선수도 없고 용병 선수들도 잘해 주고 있어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면 가장 유리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박 선수는 "만 18살에 인천으로 와서 17년 동안 인생의 황금기를 운명처럼 인천에서 보냈다. 애정이 깃든 도시이고, 앞으로도 인천에 계속 살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응원해 주셨던 것처럼 우연히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운동하느라 집과 경기장 주변만 알지 인천을 잘 모르는데, 조만간 차이나타운이라도 한번 가보고 싶다"고말했다.

/글·사진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