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업체와 '신사옥 건립 용역' 수의계약
까다로운 입찰 조건 등 상생 노력 안 보여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하겠다던 인천항만공사(IPA)가 정작 신사옥 건립 기본계획 수립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선 지역업체를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IPA에 따르면 지난 5월 인천월드마린센터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검토 용역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종합건축사사무소 A업체와 약 3억 원에 수의계약을 맺었다.

인천월드마린센터는 인천항 새 국제여객터미널에 복합관광단지를 조성하는 IPA의 대형 개발사업 '골든하버 프로젝트'와 연계해 골든하버 원형교차로 부지(1만9448㎡)에 들어설 예정인 IPA 사옥이다. IPA는 이곳에 항만 유관기관들을 입주시켜 센터를 인천항의 컨트롤타워이자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IPA는 당초 용역업체 선정을 공개입찰로 진행했다. 첫 번째 입찰은 A업체만 참가하면서 유찰됐고, 두 번째 입찰도 같은 이유로 유찰됐다. 결국 수의계약이 이뤄지게 됐다.

그런데 인천 업체들은 이번 입찰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다.

'연면적 1만5000㎡ 이상 건축물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수행한 업체만 참가할 수 있다'는 까다로운 입찰 참가조건 때문이었다.

인천 전체 400개 업체 가운데 이런 업력을 쌓은 곳은 채 10곳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입찰공고문에선 IPA가 지역업체와 상생하려 했던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공동도급은 허용했지만 이를 권고하거나 의무사항으로 두지 않아 A업체가 지역업체를 외면한 채 단독으로 입찰에 참가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 업체로선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입찰이었다"며 "인천에 자리 잡은 국가공기업으로서 지역업체들과 상생하고자 했다면 좋은 방안을 찾아 적용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IPA 관계자는 "인천월드마린센터 규모를 가늠해 실적 제한을 둔 것"이라며 "지역업체 참여 방안도 검토했으나 공동도급을 의무사항으로 적용할 수 없는 입찰이었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