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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채의 한장면 읽기] 인천상륙작전의 그늘

2017년 09월 13일 00:05 수요일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 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백석 시인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 일부

1950년 9월15일 연합군은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여 밀리던 6·25전쟁의 전세를 뒤바꿔놓았다. 연합군을 이끌었던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동상으로 제작되어 공원의 상징처럼 버티고 서 있고, 응봉산 서공원은 '자유공원'으로 바뀌었다. 또한 인천은 매년 전승기념 지역 축제인 '인천상륙작전 월미축제'를 개최해 왔다. 무엇이 문제인가.

인천상륙작전을 펼치기 전, 연합군은 네이팜탄 등을 쏴 월미전통공원이 있던 자리에 살던 마을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이는 인천상륙작전을 빌미로 수많은 월미도 주민들을 학살했던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막사를 세우고 자신들의 부대를 주둔시켰다. 15년 전쯤 마군부대는 철수했지만 인천시는 그 땅을 원주민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인천시의회가 월미도 원주민의 귀향대책 마련 요구를 다루기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섰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 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라고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 일 아닌가. 전승기념 축제를 열기 전에 희생된 원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향을 피우고 사죄하고 감사해야 한다. 그들의 땅을 되돌려 주고 집을 지어주어야 한다. 역사는 성공한 신화만을 기록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희생을 뼈아픈 역사로 기리고 반성하기는커녕 축제를 열고 축포를 쏘아대는 건 그들 가슴에 뽑히지 않을 대못을 박는 일이다.

그때 희생된 영령들이 아직 구천을 떠돌 것만 같다. 추석이 다가온다. 최장 연휴를 맞이하게 된다. 그들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애원한다. "제사상 한번 제대로 차려드려 자식 노릇할 수 있도록 귀향을 도와주세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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