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호 작가 내달 20일부터 시카고展
인천AG서 인연 제자 美서 수업 열어
"이번 미국 전시를 계기로 미국 현지에 서각교실이 운영될 예정입니다."

오는 10월 20일~11월 18일 미국 시카고한인문화회관에서 개인전인 '미국 시카고전'을 갖는 서각 정기호 작가. 그는 이번 기회가 우리의 서각을 미국에 전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 석모도 출신인 그는 앞서 지난 8월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전통과 현대의 만남전'을 가진 바 있다.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강화도에서 전시를 했는데 그 때 미국과 중국의 작가들이 참여를 했지요. 그 때 참여한 작가 가운데 한 명이 제자가 되었어요. 그 제자가 미국에 서각교실을 여는 겁니다."

당시 참여작가로 만난 이지민씨는 정 작가의 작품을 보고 인천에서 서각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3년 동안 정 작가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이번에 서각교실을 열면서 스승의 개인전을 열어주게 된 것. 12번째 개인전인 미국 전시에선 회관 현판 기증식도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서 정 작가는 우리 전통서각과 현대서각의 접점을 고민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가 늘 해오던 팔만대장경은 물론 여의보주, 미의 연년 같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중요 전통공예작가 등이 참여하는 '한국의 얼전'을 한인문화회관 전시관 1. 2관에서 진행할 예정이기도 하다.

그는 언제부터 서각을 시작한 걸까.

"30대 시절 인천 한국전력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하루하루의 삶이 무료한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지요."

그 때가 80년대 초다. 정 작가는 무작정 당시 인천미술협회 지회장을 지낸 관호(觀湖) 최원복(崔源福) 선생을 찾아간다. 이후 전통서각에 대한 새김질, 채색의 다양성에 매료돼 글씨와 새김질에 빠져 40여년 세월 서각예술의 외길을 걸어왔다. 그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팔만대장경이다.

"제가 팔만대장경 판각지인 강화도 출신이잖아요. 오래 전부터 고려 팔만대장경에 깊은 관심을 갖고 경판의 제작과정과 재료 구입, 염적작업, 제작방법 등을 직접 연구하며 대장경을 제작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팔만대장경을 가장 많이 판각한 사람이기도 하다.

국제전 50회, 초대전 70회, 단체전에 770회 등 단체전도 화려한 그는 현재 한국 미술협회 전통미술 공예분과 총괄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구월동에서 목우서각연구소를 운영하는 그는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문화원, 면·동사무소, 옹진군 백령도에도 강의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우리 서각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오겠습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