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이 할머니,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특별상 수상
파주교육문화회관서 학업 포기 한 풀고 솜씨 뽐내
"배움에 나이가 문제가 되나요? 늦었지만 지금이 인생살면서 가장 자신있고 행복합니다. 그 이유는 더 나은 미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칠십해를 넘긴 풍부한 경험과 노련미를 바탕으로 문학작품에 도전한 늦깍이 문해생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파주교육문화회관 지혜의 나무 3단계반의 우수생(?) 김순이(75) 할머니.

김 할머니는 어릴적 학교를 다니다 가정 형편상 포기해야한 했다고 한다.

"사실 그 시절에 여자들이 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때문에 학교를 다니고 싶어도 포기해야만 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그렇다고해서 부모를 원망하는 사람들은 없었다"는 김 할머니는 당시의 어려운 가정형편의 기억을 더듬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김 할머니에게 파주교육문화회관이 운영하는 문해교육반은 과거 가정형편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학업에 대한 미련을 다시 한 번 재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김 할머니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니다 전쟁이 발발해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때문에 모르는 단어들이 많아 한때는 '까막눈'이라고 놀림을 받았지만 이제는 나도 가방을 맨 어였한 학생"이라면서 "사람이 간절함이 있다면 이루지 못할 게 없다"고 비슷한 늦깍이 동료들에게 훈수를 둔다.

이렇듯 학업에 대한 간절함이 가득 배인 김 할머니는 꾸준한 노력끝에 의미있는 결실을 맺었다.

김 할머니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교육부가 주최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한 '2017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 뽐내면서 빛을 발했다.

김 할머니는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해 '글 아름상'(특별상, 국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상)을 수상을 했다.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은 문해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과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 참여자의 학습성과 격려 및 문해교육 참여 촉진을 위해 개최된 행사다.

김 할머니는 이 대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호박시'란 작품을 출시했다.

호박시의 내용은 성인문해교육 교재인 '자연 속의 시'를 배우면서 김 할머니가 처음 접한 시의 세계를 오롯이 자신의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특히 수업시간마다 씨앗의 '씨'는 알아도 '시'라는 것은 처음 배운다며 버릇처럼 말한 내용을 시로 표현한 작품으로 순수한 노년의 시각을 가장 이상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다.

생각치도 못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김 할머니는 "그동안 마음 속의 한처럼 맺혀진 응어리를 풀게 됐다"면서 "내년 2월 초등학교 졸업장을 취득하면 곧바로 중학교 과정도 공부하고 대학교까지 학업에는 나이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할머니의 문해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이재인 교육문화회관장은 "앞으로도 더 많은 김순이 할머니 같은 분들이 교육의 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면서 "항상 열려있는 교육문화회관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글·사진 파주 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