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8일 문무일 검찰총장은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과거 권위주의 독재 시절 검찰이 벌였던 무리한 수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검찰개혁을 비롯한 사법개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문제로 주목을 받는 시점에서 검찰총장은 인혁당 사건,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등을 직접 거명하며 역대 검찰총장 가운데 최초로 대국민 사과했다.

지난 2008년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부 60주년 기념식에서 "사법부가 헌법상 책무를 충실히 완수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한 적이 있었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국민에게 사과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과거 국가기관에 의한 무리한 조작사건의 피해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혁당 피해자들이다. 지난 박정희 정권 아래에서 벌어진 최대 간첩 조작 사건이었던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34년 만인 지난 2008년 1월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손해배상청구도 이루어져 지난 1~2심 법원에서 '손해배상채무 지연금을 사건 당시부터 현재까지 계산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통해 피해보상도 받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법원은 이 모든 걸 뒤집었다. 사건이 발생했던 1974년부터의 지연이자에 대한 기산점을 장시간의 세월이 흘러 통화 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겼다는 이유로 갑자기 줄여버린 것이다.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자 국정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피해자 77명에게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걸었다. 피해자 77명에게 가지급되었던 491억여원 중 210억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국가기관의 판결 때문에 과거 34년의 피해에 대해 보상을 받았다가 국가기관에 의해 갑자기 빚쟁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피해자 가족들은 국가에 의해 부동산과 통장이 가압류되는 등 '경제적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는 모두에게 같은 국가일 텐데, 어느 국가기관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다른 국가기관은 국민의 뺨을 후려친다면, 한입 가지고 두말하는 국가의 사과를 국민이 믿을 수 있을까? /황해문화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