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축구협회장 선거 무효 판결에 양측 '감정 폭발'
파행 장기화시 피해 우려 … 일각 정치적 해결 모색도
지난해 치러진 통합 인천시축구협회장 선거는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인천일보 29일자 17면) 이후 인천 축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25일 나온 법원 판결 이후 선거무효확인청구 사건에서 승소한 A씨와 패소한 당시 당선인 B씨 모두에게 하루 수십통의 전화와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

두 사람의 향후 행보를 놓고 측근 및 지인, 축구계 인사, 관련 단체로부터 갖가지 의견 및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

단순한 격려와 위로의 말도 있지만, 주로 이긴 쪽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회장을 바꿀 수 있어 다행"이라는 의견이 많고, 진 쪽은 법원 판결을 성토하며 "1심 판결일 뿐이다. 항소하고 끝까지 가야 한다. 그러면 임기를 거의 채울 수 있다"는 내용이 압도적이다.

이전까지 따로 살림을 꾸려오던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정부의 인위적인 통합 정책에 따라 강제로 한지붕 아래로 들어간 후유증 때문에, 지난해 통합(회장 선거) 이후 쌓여왔던 양쪽 진영의 감정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분위기다.

그래서 고지를 지키려는 쪽과 빼앗으려는 쪽, 양 진영의 전투적인 목소리는 가감없이 두 진영의 대리인인 A씨와 B씨에게 전달되고 있다.

따라서 A씨와 B씨는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현 상황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모두 이런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명한 해결을 바라는 이성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법적 대응이 길어져 협회가 오랜 시간 파행을 겪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 등 인천 축구계 전체에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다.

또 패소한 B씨가 항소를 통해 자리를 지킨다고 해도, 1심 판결로 이미 명분과 권위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2심 판결 전까지 힘 있는 소신 행정을 펼치기는 어렵다.

한 축구계 인사는 "이 판결 이후 '인천 축구계가 더욱 갈라져 대립하면서 계속 망가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법적 해결 대신 정치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서 정치적 해결의 핵심은 1심에서 패소한 B씨의 항소 결정 여부다.

그가 항소를 하면 정치적 해결은 멀어진다.

이 때문에 B씨 역시 판결이 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 항소를 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B씨는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결국 인천축구협회와 인천 축구계를 위한 것인지 거듭 고민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승소한 A씨도 "재판에서 이겨 한편으론 기쁘지만 한편으론 답답하다. 마음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