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협약이 결국 화 불렀다
▲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2015년 1월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와 맺은 사업계획 조정 합의서. 사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제재 조항이 거의 없다.

인천 송도 개발사업이 큰 논란을 불러온 원인은 인천시·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허술한 협약이라는 지적이 많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이 국내·외 대기업이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한다는 점만 부각해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위험 부담)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경제청은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민간 사업자에게 맡기면서 시민 여론은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 또 첫 개발사업 협약 때부터 의무 불이행을 제재할 방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런 행정 탓에 송도 1·3공구에 준공한 아트센터 인천은 개관조차 못한 채 그림의 떡이 됐다. 송도 6·8공구는 건설사만 이익을 얻는 아파트 분양 사업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정대유 전 인천경제청 차장의 폭로가 일파만파로 확산됐고, 시의회는 조사특위별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시민단체 역시 개발사업 협약 문건 공개를 요구하는 등 지역사회가 연일 뜨겁다.

이에 따라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와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를 상대로 개발이익금 환수를 추진하는 인천경제청과 송도 개발사업 실태 조사에 나선 시의회 조사특위 활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2015년 1월6일 SLC와 송도랜드마크시티(6·8공구) 개발사업과 관련해 사업계획 조정에 합의했다. 인천일보가 입수한 당시 조정 합의서를 보면 추가비용 없이 3.3㎡당 토지 가격을 300만 원으로 정했다. ▶관련기사 3면

그러면서 신규 랜드마크계획 수립과 투자자 유치에 서로 노력하자고 명시했다. 특히 인천경제청은 이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기존에 맺은 개발협약(2007년 8월27일)과 토지공급계약(2009년 7월 24일)에 우선 적용한다고 적었다.

SLC가 당초 제시한 151층짜리 인천타워 건설을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제재 없이 다시 사업계획 조정에 합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시의원은 사업 협약을 다시 맺거나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NSIC·SLC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많았다"면서 "현재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TF(태스크포스) 추진단을 확대하고, 회계법인과 경제청 소속 변호사를 참여시키는 등의 후속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