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완 인천항도선사회장, 물길 꿰고 선박 지휘
"인천항 안전 파수꾼·민간 외교관 역할에 자부심"
▲ 28일 인천항도선사회에서 유세완 인천항도선사회장이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도선사 업무를 설명하고 있다.
"도선사는 항만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민간 외교관입니다."

유세완(60) 인천항도선사회장은 28일 "바다는 조류와 바람 등 자연 조건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날그날 상태가 다르다"며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천차만별 크기의 배를 안전하게 접안하는 게 도선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도선 업무의 근간인 '도선법'에 따르면 도선은 항만 등 도선구에서 도선사가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항만은 사회간접자본이 투입된 시설로 기름 유출 등 피해를 입게 되면 기능이 마비되고 복구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며 "베테랑 선장이라도 좌초와 선박 간 충돌 등 위험이 도사리는 항만에선 인천항의 물길을 완벽히 꿰고 있는 도선사에게 선박의 지휘 명령권을 맡겨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도선사가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한다는 점도 소개했다.

그는 "외국적 선박이 인천항에 들어올 때 가장 먼저 맞닿는 한국인이 도선사"라며 "도선사가 외국 선원들에게 한국의 첫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에 친절함과 함께 업무적으론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선사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유 회장은 "도선사는 해기사 직업의 꽃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해운 분야에서 선망하는 자리"라며 "우선 6000t급 이상 선박 선장으로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선장이 되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보통 40세 이후 도선사 시험을 치르곤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항에선 총 39명의 도선사가 활약하고 있다.

유 회장 역시 회장직을 맡으면서도 도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날 새벽에도 배 한 척을 안전하게 접안했다고 한다.

유 회장은 "도선사들은 24시간 내내 인천항에 들어오고 나가는 선박을 도선해야 하기 때문에 밤낮 없이 일을 하고 있다"며 "힘든 일이지만 인천항 최전선에서 항만 안전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많은 시민들에게 항만의 안전 파수꾼으로 인식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인천항도선사회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한중카페리협회를 돕기 위해 내달부터 6개월간 도선료의 10%를 낮추기로 해 항만업계의 귀감이 된 바 있다.

/글·사진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