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AI(조류인플루엔자)로 닭과 오리를 산 채로 매몰 처분했는데, 지금은 살충제 달걀과 여성 생리대 발암물질 사건으로 나라 안이 떠들썩하다. 달걀과 여성 생리대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물건이 아니라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이다 보니 전문가의 진단과 분석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라디오를 통해 유기농 방식으로 닭을 키운 농장주의 인터뷰를 들었다. 그는 AI를 자연 방사 양계로 극복한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주였다. 그는 닭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어서 과수원을 하던 땅을 매입해 양계농장으로 꾸몄다. 친환경적인 조건에서 사육했기에 당연히 닭 진드기가 없었다. 닭 진드기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충제를 뿌릴 이유도 없었다.

이번 달걀 살충제 파동이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유기농으로 인증을 받았던 닭과 달걀에서도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밝혀진 살충제 성분이 나왔기 때문이다. 농장주는 그동안 자신을 믿고 닭과 달걀을 사준 사람들에게 살충제 성분이 나오는 상품을 팔 수 없기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스스로 닭을 살처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단 한 번도 살충제를 뿌린 적이 없다는 그의 말과 양심을 믿는다면,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인은 그가 자연 친화적으로 키우기 위해 매입했던 과수원이 과거 오랫동안 DDT 성분이 들어 있는 살충제를 다량으로 살포했던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토양에 누적된 살충제 성분이 닭이 쪼아대는 먹이 속에 함유되었고, 이것이 닭의 몸속에 누적되어 다시 달걀에 포함된 것이다.

레이첼 카슨은 지난 1962년 <침묵의 봄>을 통해 우리에게 합성살충제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인간이 생산하고 무분별하게 사용한 화학약품으로 땅과 물이 더럽혀지고, 곤충의 몸이 오염되고 그 곤충을 먹잇감으로 삼는 새와 짐승의 몸에 쌓이고 쌓여, 마침내 인간이 그 벌을 받는다. "세상은 비탄에 잠겼다. 그러나 이 땅에 새로운 생명 탄생을 금지한 것은 사악한 마술도 아니고 악독한 적의 공격도 아니었다. 사람들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다" 다시 되돌리기에 우린 너무 멀리 와버린 걸까? /황해문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