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드넓었던 갯벌은 아파트와 공장에 짓밟혔다. 갯벌에 살던 조개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 화석으로 만날지 모르겠다. 갯벌이 사라진 지 30여 년에 불과하지만, 매립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인천 앞바다의 갯벌을 잘 모른다. 전혀 기억할 수 없다. - 박병상 생물학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

살충제 달걀로 연일 먹을거리가 비상이다. 비좁은 닭장 안에서 키우는 닭에게 진드기가 생기는 건 자명한 일인데, 닭장에서 닭이 활보할 수 있는 일정 공간을 확보하지 않는 한 살충제 달걀과 비슷한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뿐인가. 올 여름에는 더위가 최고치를 찍는가 하면, 기습성 폭우가 쏟아졌다. 낮엔 무덥다가 밤엔 폭우가 쏟아지는 식의, 이제까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기후를 겪었다. 저녁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비가 들이치지 않게 창문단속을 해야 했다. 봄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하려면 가방에 마스크를 챙겨 넣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녹조라떼'라는 웃지 못한 이름을 가진 낙동강의 녹조 현상, 유전자변형 식품이 재료로 들어갔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장보기. 피곤이 쌓였다. 그런데 문제는 창문을 닫거나, 마스크를 챙기거나, 식품 재료를 살피는 일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스갯소리로 "에이, 그런 걸 따져 뭘 해. 몇 년 일찍 죽으면 되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몇 년 일찍 죽고 말 문제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자본의 탐욕, 조금 더 편하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전지구를 재앙에 몰아넣고, 인간을 오랫동안 고통 속에서 살도록 하면서 그 고통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줘야 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나는 이 책이 좀 잘 팔렸으면 좋겠다. 우수도서로 선정도 되고, 대대적인 홍보도 되면 좋겠다. 이뿐만 아니라 저자가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여 이 재앙의 실체를 드러내 보이고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더불어 국가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 오래 살자고 이러는 게 아니라,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과 생태, 동식물 모두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경각심을 갖고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이 세계는 위태로워졌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 책의 글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되었다. 슬픈 일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