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없는 밤인데
바다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너의 가슴은 왜 저리 설레이느냐

네 몸부림에
물고기들도 잠자리가 괴로우리

밤이면 바닷가에 앉어
흐느끼는 사나이 하나 있음을
너는 아는가


달도 없는 어두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바다. 무엇이 설레 이토록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일까. 바다의 몸부림에 물고기들도 잠자리가 괴롭다.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바다 곁에 앉은 사나이 또한 흐느끼고 있다. 밤바다의 일렁임이 귓가에 가득하기만 하다.

김동석은 인천 출신 시인이며 수필가이자 문학평론가이다.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여 비평가로 활동하며 주간 '상아탑(象牙塔)'을 간행하였고, 시집 '길'(1946)과 수필집 '해변의 시'(1946)를 출간하였다. 1947년에는 '순수의 정체, 김동리(金東里)론'을 발표하며 김동리, 조연현 등 순수문학파와 이념논쟁을 주도했다. 그는 순수문학이란 생활을 떠난 현실도피적 문학으로서 정신이라는 추상적 관념 속에서 물질적 조건을 망각한 비생산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평문에서는 사상과 이념을 강조했지만 실제 시나 수필과 같은 작품에서는 그가 비판했던 순수서정적 경향이 짙게 배어나온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수필 '낙조', '해변의 시'에서는 1940년대 월미도 주변의 해지는 풍경과 월미도 해변가를 거닐며 보고 느낀 것들을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위의 시 또한 바다 앞에 앉은 사나이의 슬픔과 격정이 바다를 통해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시는 냉철한 사상과 이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시는 그냥 마음의 울림이다. 바다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나이가 흐느끼고 있다. 우리의 가슴이 일렁인다.

/권경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