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어느 소설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다. 주인공은 중년의 교수로, 그가 이사를 가던 날 그의 제자들이 와서 이삿짐을 거들어주었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 '그땐 그랬지' 하고 생각하는 일에 토를 달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그 말로 눙쳐질 부분도 아니다. '교수'라는 직급에 제기하는 의문이기 보다도 업무 연관성이 있는 '윗사람-아랫사람'으로 엮여있는 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업무 관계 안에서 공/사의 구분은 '노동력에 대한 대가'와 관련하여 철저하게 구분되어야 함에도 실제로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컨대 주말에 팀원의 사기 증진을 위해 등산을 하자는 상사, 휴가를 포함하여 업무 외 시간에 업무 관련 연락을 하는 경우, 업무시간 중에 상사의 개인적인 일에 동원되는 일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땐 그랬지'라는 말이 결코 '그때'를 옹호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그때'만 그런 것도 아닌 셈이다.

그런데 그들이 개인적으로 요구한 직원들의 '노동력'에 관한 값은 누가 지불하는가? 주말은 공휴일에 해당하며 공휴일에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면 상사의 '개인적'인 요구에 의해 부하 직원의 노동력이 쓰이는 일에 대해 값을 지불하는 것이 최소한 '회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상사가 부하직원의 노동력을 동원한 데에 노동의 값을 지불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노동력 착취'가 엄청난 무언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이런 일을 포함하는 것이다. 

충분한 숙고를 거치지 않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업무'의 개념 자체가 취약한 탓과 그로 인해 어설프게 짜인 구조의 문제도 있다. '업무 시간'은 '일'을 하는 시간만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을 포함한다.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휴가 및 기타 사내 복지와 관련한 모든 시간이 그러하다. 유급휴가가 이러한 개념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는가. '나는 아니겠거니'하지 마시라. 당신은 정말 한 번도 노동착취를 한 적이 없는가? #노동력착취 #업무관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