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에서 방영했던 프로그램 '혼술남녀'의 조연출 이한빛 PD가 자살했다. 지금까지 기사화 된 것에 의하면 이한빛 PD는 지난 55일간 고작 이틀 정도를 쉬었으며, 노동 착취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폭언을 듣거나, 근무시간을 초과하여 과도한 업무를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한빛 PD가 방송 종영 후 자살시도를 하고 그의 생사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CJ측에서 찾아온 사람이 그의 가족에게 그의 태도가 평소에 얼마나 불성실했는지를 1시간여에 걸쳐 설명하고 갔다는, 이한빛 씨 동생의 발언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때에 와서까지 고인에 대한 어떠한 인격적 태도도 발견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유감이다.

이한빛 씨 사건은 노동착취로 인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경우라고 볼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는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혐의가 짙은 CJ에게 있으며, 현장 내 비인간적인 대우를 '관행'적으로 해온 관계자들 및 그러한 행태가 '관행'이 될 때까지 암묵적으로 그것들을 승인해 온 모든 사람들에게 있다. 실제 현장에 있었든 그렇지 않았든 이한빛 PD의 죽음을 목도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누구도 이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부터 '노동'이 인간 그 자신의 육체와 인간성을 갈아 넣어야만 하는 일이 되었나. 인격을 버릴 각오를 하지 않으면 인간은 노동할 수 없는 존재인가? 위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은 '아니다'여야 할 텐데, 현실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단언할 수가 없다.

그러나 노동한다는 것은 단지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것뿐만은 아니다. 노동 현장 안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인간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일하는 시간 외의 노동자를 위한 복지에도 신경 써야 한다. 결국 일하는 것은 '사람'이다. 좀 더 그럴듯한 '노동'을 위해서라도 인격적 대우 없는 노동은 있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TVN #혼술남녀 #이한빛 #고인의명복을빕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