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일랜드 이민의 후손이었던 존 포드(John Ford, 1895~1973) 감독은 서부를 배경으로 거친 남성성을 드러낸 작품으로 유명했다. 작품 성향 못지않게 실제로도 그는 매우 가부장적인 인물이었다. 그 앞에서는 할리우드의 잘 나가는 배우라 할지라도 감독의 지시를 거부한다든지 항변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존 포드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은 물론 영화를 제작하지 않는 동안에도 항상 자신이 보스라고 생각했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즐겼다.

그의 가부장적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매카시즘이라는 '빨갱이 광풍'에 휩싸였을 때였다. 1947년 11월 '의회반미활동위원회'는 연예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불려가 당대의 가장 유명한 질문을 받았다. "당신은 공산당인가? 아니면 한때 공산당원이었던 적이 있는가?" 1947년 11월24일과 25일에 걸쳐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전미 영화제작자협회 회의에서는 좌파 성향이 짙은 영화인 10명(이른바 '할리우드 10')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이들을 영구히 추방한다는 내용의 악명 높은 '월도프 선언(Waldorf Statement)'을 채택했다. 이 선언의 주요 내용은 "우리는 아무 보상 없이 우리가 고용한 그들을 해고 내지 정직시킬 것이며, 무죄가 입증되거나, 자신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맹세하기 전까지는 그들을 절대 재고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문화예술가들이 자살하거나 수감되었고, 생계 수단을 잃었다.

그러나 동료 영화인을 보호해야 할 미국노동총연맹 영화배우협회 회장 로널드 레이건은 가장 먼저 이 선언을 지지했고, 그 뒤를 로버트 테일러, 로버트 몽고메리, 조지 머피, 게리 쿠퍼, 잭 워너, 루이스 마이어 등이 따랐다.

존 포드 감독에게도 블랙리스트에 속한 스태프들을 영화제작에서 배제하고, 의심받을 만한 이들을 고발하라는 요청이 거듭되었지만, 그는 꿋꿋하게 버텼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개소리들 하지마!" 존 포드 감독은 가부장적인 마초였을 뿐만 아니라 진짜 빅대디(Big Daddy)였다.

/황해문화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