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권 침해가 심각하다. 최근 지자체들이 앞다퉈 '차없는 도로'를 만들고, 조례까지 제정해 보행권 확보에 나섰다. 공사현장이나 상가들의 과도한 보행권 침해로 시민들은 보행의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행권은 말 그대로 어떤 곳을 걸어 다닐 수 있는 권리이다.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제3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의 안전 보장, 질서 유지 및 복리 증진을 저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국민이 쾌적한 보행환경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진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행자의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권리'보다 공사현장의 편익, 불법주차, 상인들의 영업편의 등으로 보행자는 길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보행권·통행권 침해와 관련 국민권익위 신문고에 올라온 신고 건수는 2014년 44건, 2015년 56건, 2016년 6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례별로는 주정차 및 차량 주행에 따른 보행권 침해가 75건, 물품적재 및 노점상, 광고물 등 영업행위 관련이 59건, 공사 관련이 27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수치를 통해 일부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정부는 보행교통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11월11일을 보행자의 날로 지정했다. 보행자의 날은 2009년 제정된 '지속가능 교통물류 발전법'에 근거한다. 보행교통 개선의 중요성에 대한 범국민적인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보행자 권리장전을 선언한 것이다. 보행자의 권리가 확보되면 도심교통혼잡 방지, 도로건설비 절약, 에너지 사용 감소, 환경오염 방지 등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행중심의 정책 추진은 장애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도 훌륭한 사회복지 정책이 된다. 노르웨이나 독일 등 유럽국가는 최근 도심에서 모든 차량 운행을 영구히 금지하고 '걷는 길'로 재설계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보행자 권리를 확보하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도시 건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도내 지자체들의 정책 중심을 보행자 권리 확보 정책에 맞춰보길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