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절차 밟지 않고 기습적 사유자산 훼손"
구 "현수막 통해 고지 했다" 꽃밭 조성 강행
인천 동구 배다리에 주민 공동체가 가꾼 '숲'을 구가 훼손해 말썽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사전 통보 없이 숲에 설치된 놀이시설을 철거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동구는 계획대로 꽃밭 조성을 강행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23일 배다리마을 주민과 동구에 따르면 이달 21일 오전 9시쯤 동구 직원 20여명은 금창동 배다리마을 한 가운데 위치한 생태놀이 숲에 설치된 해먹평상과 오르 내림틀 등을 철거했다. 뒤늦게 이 상황을 알게 된 주민들이 저지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생태놀이 숲은 작년10월 문을 열었다. 이 숲은 국철 동인천역에서 도원역 방향에 자리잡은 배다리마을 내 위치하고 있다.

숲으로 조성된 부지는 지난 2006년 말 인천의 남과 북을 잇는 산업도로 건설을 위해 파헤쳐졌다.

당시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 건설에 반대하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이후 주민들의 땅이 됐다.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 모르는 땅을 주민들은 자연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작년 관련 워크숍 등을 진행했고, 이어 아이들을 위한 생태놀이터로서 생태놀이 숲이라는 이름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동구의 생태놀이터 파괴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같은 날 오후 주민들은 구청에 항의 방문했지만 결국 동구는 같은 날 늦은 저녁 나머지 시설물들도 모두 철거해갔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지난 2012년 당시 조택상 전 구청장 시절 때 텃밭으로 가꾸고 공원으로 활용해도 좋다고 구두 상으로 약속을 했었다"며 "미리 계고장을 보내야하지만 관련 절차도 밟지 않고, 기습적으로 사유자산을 훼손한 것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동구는 무단으로 설치한 시설로서 즉시 철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당 부지는 시유지로서 부지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주민들은 이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계획대로 해당 부지를 꽃밭으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동구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이용하기에 위험할 수 있는 시설이고, 사전에 현수막을 통해서 경작하지 말라는 고지도 했다"며 "인천시에서도 내년에 도로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협의 요청을 보내왔기 때문에 철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