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울 땐 노란색 … 명상할 땐 파란빛
그림 속 '수만가지 뇌'로 감동 주고파
인천 중구청 앞 일본식 건물의 현대식 카페 '서니구락부'에 화려한 그림이 걸려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작품에 손님들의 눈길이 쏠린다. 작품 속엔 하나같이 뇌 형상이 담겨있다. 인간의 뇌를 소재로 집중 탐구하는 조성일(53) 화백의 작품이다.

"1만원짜리 지폐하나 달랑 들고 상경해서 미술 시작했어요. 어렵게 시작한 만큼 욕심도 컸죠."

서예가인 외할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서일까, 조 화백은 학창시절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였다. 하지만 두 형의 학업을 위해 또 집안의 농사를 이어가라는 부모의 설득에 뜻을 꺾어봤지만 미술에 대한 열망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1년간 농사를 지어봤지만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야반도주해 무작정 서울로 가 지하철역에서 먹고자고 지냈어요."

그렇게 자수성가해 호남대 미술학과를 전공한 조 화백은 낮엔 컴퓨터 앞에서, 밤엔 캔버스 앞에서 지내며 미술 활동을 이어갔다. 직장이 있던 여의도에서 인사동까지 점심시간을 이용해 21년간 일주일에 2번씩은 빼놓지 않고 전시회를 다녔다. 그의 열정은 2009년 대한민국서예전람회에서 '대나무'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받으며 빛을 발했다.

"삶이 곤고하다고 느껴져 천일기도를 하던 중 문득 '뇌'를 그리라는 음성이 들리더라고요. 그 때부터 저의 모든 신경은 뇌에 꽂혔어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뇌를 그리기로 한 조 화백은 관련 책과 논문을 모조리 공부하고 박사, 교수 등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고 사람 마음 상태에 따라 뇌의 색채가 변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그림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엔도르핀이 분비되면 뇌는 노란색을, 감동을 받아 마음이 움직이면 황금빛을, 기도를 하거나 명상을 할 때는 파란색을 띈다"며 "그만큼 신비하고 오묘한 게 인간의 뇌"라고 그는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그린 작품만 100여점. 앞으로도 뇌의 수만 가지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그다.

조 화백은 "뇌를 다루는 화백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유래가 없어 자부심과 동시에 책임감도 크다"며 "낯선 소재지만 나의 손을 통해 과학과 예술이 최고의 걸작을 이뤄 시민들에게 그 감동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