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 남동구 반대에 복원 사업 중단키로
"구 방향따라 나눠 관리를 … 시가 정리해주길"
인천 연수구가 승기천 복원사업에 대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승기 어린이공원에 붙어있는 문학천, 연수체육공원 인근 청량천, 동막역 옆 봉재천 등 3곳을 생태 복원할 예정이었지만, 승기천 일부 구간을 관할하는 남동구가 반대하고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승기천의 연수구 방향은 연수구가, 남동구 방향은 남동구가 관리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연수구는 28일 승기천 생태하천 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사업을 잠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구는 인천시 예산 35억8800만원, 구 23억9200만원 등 59억8000만원을 들여 승기천을 복원할 계획이었다. 승기천은 남동구 구월동에서 동막역까지 흐르는 길이 6.2㎞의 하천이다. 북서쪽 연수구, 남동쪽 남동공단 사이로 흐르고 있다.

중단 결정 배경에는 승기천을 행정구역으로 두고 있는 남동구의 반대가 있다. 남동구는 지난해 10월 연수구가 승기천 생태복원에 나서자, 하천구역의 93%가 남동구에 속해 있다며 공식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남동구는 지금까지 협의되지 않은 시설물을 승기천에 설치해선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이어오고 있다.

연수구는 인천시가 양 자치단체의 반발을 중재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연수구는 군수·구청장 협의회 건의사항으로 승기천 북서쪽 방향을 연수구가, 남동쪽을 남동구가 관리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안을 내놨다. 이미 예산이 확보돼 사업 추진만 남은 상황이라 구 사이의 입장 차이로 사업이 늦어지는 걸 막자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승기천 복원사업이 시작될 때 까지는 얼마간의 조정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 기초자치단체 사이의 이견이 조정되지 않으면 과거부터 이어오던 갈등은 계속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수구 관계자는 "무리해서 용역을 진행하는 것 보다 인천시가 정리해주면 그에 따르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연수구는 이날 용역 착수보고회를 통해 전반적인 개발 방향을 공개했다. 문학산 남쪽으로 녹지축을 연결하는 문학천 복원, 청량산에서 유입되는 산바람을 끌어들여 승기천 바람길과 연결하고 수처리시설을 설치하는 청량천 복원, 생태습지를 조성하는 봉재천 복원 등 총 3가지의 사업방향으로 이뤄져 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