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출신 문화예술 명사들의 추억이야기 … '황해문화' 연재글 책으로 엮어

새책 <인천문화지리지>(이너스·372쪽)는 인천 출신 12인의 문화예술 명사들이 노래하는 고향의 추억을 노래한 책이다. 개항장 인천에서부터 '짠물'의 기원까지 인천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문화융성의 시대, <인천문화지리지>는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인들의 삶과 꿈이기도 하다.

이 책엔 가수 송창식·이용, 배우 전무송, 노동운동가 하종강, 방송인 김구라, 영화감독 권칠인·임순례·이승준이 등장한다. 또 탤런트 전노민, 작가 김중미, 아시아의 마녀 백옥자, 축구감독 김봉길 등 인천이 고향인 가수, 개그맨, 영화감독, 체육인 등의 어린시절 기억을 통해 인천이란 공간의 과거와 현재를 생생히 그리고 있다.

# 인천사람을 왜 짠물이라 부를까

인천사람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걸까? 인천에서 태어난 사람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타지 출신이라도 인천에서 성장한 사람을 가리키는 걸까? 필자는 자신이 인천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그 사람이 인천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인천에서 밥 먹고 살면 모두 인천사람이고,인천에 살지 않아도 인천을 사랑하면 인천사람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인천이란 공간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공간이 사람의 정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인천이란 공간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분명히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천사람들을 '짠 물'로 부르고 강화도 사람들을 '발가벗고 100리를 뛰어가는 사람들'이라 칭하며 수원 사람들에겐 '깍쟁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은 공간과 정서의 상관관계를 생각하게 만든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천사람들을 언제부터 '짠 물'이라고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개항지', '대한민국의 인후'라는 공간적 조건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1883년 외세에 의한 개항 이후 인천엔 외래문물과 사람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꽃게와 조기를 잡고 농사를 짓던 제물포 사람들은 문화적 충격과 함께 인천을 점령한 일본인들과 청국(중국), 서양인들에게 치이며 쓴 맛을 보게 되었다.

광복 이후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이 펼쳐진 뒤 인천엔 다국적군과 함께 다수의 미군이 주둔한다. 이때 재즈, 블루스와 같은 서양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미국문화를 접하게 된다. 1970년대부터는 부평, 주안, 남동공단 등이 들어서며 한국의 산업화를 주도한다. 이때부터 인천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을 견인한 노동운동의 메카로 자리매김한다.

# 인구 300만의 도시 인천, 걸출한 문화예술인들을 배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인구 300만을 눈앞에 둔 2016년 인천은 지금 공항, 항만, 경제자유구역을 품은 동북아 허브도시가 되었다.

이런 역사적 격변 속에서 인천에 무수한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갔다. 6·25 이후엔 황해도를 비롯한 이북5도민들이 고향과 가까운 인천에 정착했고 호남, 충청도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인천으로 왔다. 인천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왔거나 그 후손들이 토박이보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격동의 근현대사 속에서 인천사람들은 치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생존하기 위한 검소한 생활과 지혜로운 생활에 바닷가와 염전 등이 더해져 '짠 물'의 이미지로 형상화된 건 아닐까.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노동자들, 송도국제도시에 정착한 외국인들, 지금도 인천엔 무수한 사람들이 들고 나가며 인천만의 빛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 문화예술인들이 성장했던 공간과 추억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다

<인천문화지리지>는 인천이란 공간을 이야기하면서 직접 설명하기보다 인천사람이면서 국민문화인들로 사랑을 받는 문화예술인들의 성장기 기억을 감성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연예계, 영화계, 문학계, 체육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천사람들은 고향 인천은 주관적이면서 객관적인 공간이었다. 바다, 항만이 있는 거창한 동북아허브도시라기 보다는 떠나간 엄마가 돌아올 것 같은 골목길이었고, 망둥어가 지천으로 넘쳐나는 갯벌이었다. 비만 오면 마을 전체가 잠기는 마을이었고, 밴드부가 퍼레이드를 했던 거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의 공통점은 어디에 있건 인천을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우리나라 최고의 계간지 <황해문화> 2012년 겨울호(77호)부터 2015년 가을호(88호)까지 12차례 연재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결실이다. 인천문화지리지는 책에 등장하는 12인 문화예술 명사들의 어린 시절 성장기이자 그들이 품은 고향 인천에 대한 추억을 노래한 책이다. 1만5000원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