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실크로드 확장' 도전 … 20개국 51개지역 방문
▲ <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정수일
창비
1072쪽, 5만4000원

<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를 가다>(창비·1072쪽) 1,2권 세트는 육로와 초원로에 이은 '실크로드 답사기'의 완결판이다.

이 책은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이 실크로드 오아시스로(육로)와 초원로 답사기에 이어 라틴아메리카를 일주하며 펴낸 해상실크로드 답사기이다.

저자는 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유럽 등 그동안 학계에서 실크로드와는 무관하다고 여겨온 주요 지역에서 문명교류의 개연성을 캐내려 노력한다.

아시아와 유럽 간 교역의 육상 루트로만 여겨져온 실크로드의 개념을 전지구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발상을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두 눈으로 확인하며, 인류문명의 다차원적 교류 통로를 구체적으로 복원해낸다.

저자는 라틴아메리카의 최남단 우수아이아에서 북단 멕시코와 쿠바에 이르는 주요 항구와 도시를 종횡무진 탐방하고 미국 하와이를 거쳐 돌아오는 62일 간의 장정을 해냈다. 이후 콜럼버스의 대서양 횡단항해 현장을 탐방하기 위해 중미 카리브해의 주요 도시와 국가(싼살바도르, 라이사벨라, 싼또도밍고, 나소)를 다녀왔다.

이렇듯 80일에 달하는 서반구 대장정을 통해 저자는 '해상실크로드'를 통한 문명 교류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자 노력한다.

흔히 '실크로드'라고 하면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육로와 초원로를 떠올린다. 그러나 문명교류의 통로, 실크로드는 '구대륙'에만 한정되지 않았으며 16세기 초부터 해로를 통해 '신대륙' 즉 아메리카로 뻗어나갔다.

저자는 라틴아메리카 답사를 통해 해상실크로드가 지구의 동반구와 서반구, 북반구와 남반구를 잇는 '환지구적 교통로'로서 역할을 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실크로드의 범위를 유럽과 아시아, 즉 구대륙에만 국한시켜온 기존 학계의 통념에 도전장을 던진다.

필자는 '해상실크로드'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콜럼버스·마젤란·엔히끄 등 대서양 항로를 개척한 인물들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복기하고 유적·유물에서 드러나는 교류의 흔적들을 수집한 것이다.

20개국 51개 지역을 방문했으며, 유적지와 박물관만 해도 284개소나 찾았다. 생생한 사진 556장이 함께 실려 아메리카대륙으로 여행을 떠날 사람들의 여행지침서로도 괜찮다. 5만4000원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