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고인돌체육관·BMX경기장 등 텅텅…건물 하자 발생도
짓지 않아도 될 주경기장 짓고 지역의원도 "건설" 목청 높여
▲ 계양경기장

10조6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고용창출 20만 명.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전후로 제시됐던 '장밋빛 청사진'이다. 이같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신설경기장은 텅 비어있기 일쑤다.

매년 200억 원 가까운 운영비가 투입되고 있지만, 수익은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경기장에 투입된 1조 원의 빚도 남아있다. 인천은 대회 초기부터 우려됐던 '올림픽의 저주'를 그대로 맞이하는 중이다.

'적자'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

신설경기장 9곳은 대회 이후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예상 관리비용이 199억원, 수입은 91억원에 불과하다. 몇몇 경기장은 상황이 심각하다. 강화경기장은 1년 내내 수입을 올려봐야 6300만 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 규모는 경기장마다 최소 6억8600만 원(남동경기장)에서 최대 24억7500만 원(주경기장)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경기장 수익시설을 모두 임대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시가 작성한 '신설경기장 수익시설 임대 현황'에 따르면, 경기장 중 임대 가능한 면적 5만3187㎡ 가운데 4만5439㎡가 임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최대 임대료 58억5661만원 중 52억9597만원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모든 공간을 임대하더라도 5억6063만 원만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뿐만 아니라 임대 완료된 면적 중에서도 인천시설관리공단이나 강화고려역사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이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많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장 건설에 쓰겠다며 발행한 지방채 액수 엄청나다. 아시아경기대회와 관련된 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1조77억원. 시 전체 채무의 31.5%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까지 갚아도 5015억원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10년간 빚만 갚아야 할 상황이다.

이용객 거의 없고…부실 관리

▲ 강화아시아드BMX경기장

대지면적 7만6997㎡의 강화고인돌체육관은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관람객 40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간혹 대회가 열릴 때를 제외하면 사람들이 찾지 않는 다. 직접 가본 경기장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1층 경비원은 "경기장이 훌륭하니 한 번 둘러보고 가라"고 권했다.

BMX경기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12일 1000석 규모의 넓은 경기장에는 감독 한 명과 선수 둘, 그리고 구경하는 기자 뿐이었다.

하루 1만원 안팎에 일반인도 입장할 수 있고 울퉁불퉁한 노면을 자전거로 시원하게 가르는 재미가 있더라도, 장소가 외져 찾는 이는 거의 없다.

반면 1~6월 송림경기장과 문학박태환수영장은 수영강습에 힘입어 이용객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표2 참조>

▲ <표2>2016년 1~6월 신설경기장 이용객 현황 /자료=인천시, 기준=생활체육 강습·자유·일일활동객

문학박태환수영장은 하루만 방문한 사람 수가 2만106명을 기록했다. 선학경기장 역시 스케이트를 타러 온 하루 이용객이 5만4192명 정도로 나타났다.

이용객 수가 가장 적은 곳은 남동·계양·강화경기장이었다. 세 곳은 강좌도, 생활체육 이용객도 없다. 그나마 남동·계양경기장은 프로구단·국가대표선수단·실업선수단의 대관 기록이 있었다.

경기장 부실도 논란이다. 선학경기장 빙상주경기장은 최근 얼음이 녹아 훈련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설계와 시공이 잘못돼 냉기를 유지하기에는 용량이 부족한 점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4년 초에도 준공 완료된 경기장 6곳에서 156건의 하자가 발생해 긴급 보수에 들어가는 상황도 벌어졌다.

시 관계자는 "남동경기장은 지하실이 대부분이라 활용도가 낮고, 강화경기장은 너무 멀고 주변에 큰 시설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4600억 주경기장' 고스란히 부담

▲ 서구아시아드주경기장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은 2014년 5월 모습을 드러냈다. 면적 63만1975㎡, 지상 5층, 6만여 석 규모로 인천 지역 최대 공공시설이다. 여기에 들어간 돈만 4623억원에 이른다.

원래 주경기장은 굳이 건설하지 않아도 될 시설이었다. 정부가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서 주경기장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 했기 때문이다. 대형 대회 유치 후 재정난에 빠지는 '올림픽의 저주'를 고려한 권고였다. 하지만 시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지 않고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며 건설을 강행했고, 정부도 이를 승인했다.

2010년에는 주경기장을 건설하지 않을 마지막 기회마저 놓쳤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같은해 6월 재정상황을 감안해 건설을 재검토했다가 서구지역 반발에 부딪히면서 3개월 만에 뜻을 접었다. 서구 발전이 더딘 상황에서 민심이 들끓어 벌어진 일이다.

지역구인 서구의 이학재 의원은 단식까지 감행하며 경기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여곡절 끝에 건설된 주경기장은 대회 이후 아직까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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