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조각가 작업 노트 ... 열두가지 상징 의미·제작 사연·과정 등 담아
▲ <빈 의자에 새긴 약속>
김서경·김운성 지음

319쪽, 1만5000원

지금이라면 초등학생, 중학생 나이의 소녀들. 그런 소녀들이 군인들에게 끌려가 전쟁터에서 성노리개가 됐다. 일제강점기 한반도의 소녀들은 그렇듯 피기도 전에 짓밟힌 뒤 수십년 한의 세월을 살아왔다. 전쟁이 끝났지만 전범국 일본은 죄를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고 당시의 피해소녀들은 할머니가 되어 죽을 날 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 할머니들을 가리켜 일본군위안부라고 한다.

일제의 만행에 짓밟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눈을 감기 전 소원은 일본으로부터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받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 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이다. 그렇지만 일본은 여전히 과거를 사죄하지 않은 채 보상비 10억엔을 운운하며 소녀상 철거요구를 하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과 눈물을 먹고 피어난 꽃이 '평화의 소녀상'이다.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부부 조각가 김서경 김운성이 평화의 소녀상 작가 노트 <빈 의자에 새긴 약속>(말·319쪽)을 펴냈다. 책은 2011년 12월14일 수요시위 1000회를 기념해서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게 된 사연과 소녀상 작업 과정을 사진과 함께 담고 있다.

소녀상의 12가지 상징이 지니는 의미와 함께 사회 예술, 공공조형물로서의 소녀상에 대한 예술적, 사회적 평가도 실었다.

소녀상에는 잘린 머리카락, 새, 할머니그림자, 나비, 소녀, 한복, 빈 의자 등의 12가지 상징 장치가 있다.
김서경 작가는 이 12가지 상징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보다 정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12장의 삽화를 그려 넣었다.

12가지 상징 가운데 '할머니그림자'는 2011년 11살 나이에 소녀상 모델을 섰던 딸 소흔의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다니며 당한 상처와 광복 이후 쏟아진 멸시와 천대, 고통스러운 시간의 상징을 소녀상의 그림자에 담기로 했는데, 소흔이가 그 그림자를 할머니그림자로 하자고 제안한 것. '할머니그림자'는 긴긴 세월이 흘렀지만 소녀가 할머니이고 할머니가 소녀임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부부 조각가 인터뷰를 통해 작품세계를 들여다 볼 수도 있다. 소녀상 미니어처와 함께 여행을 떠난 제주 곶자왈작은학교의 여행사진, 3월1일부터 보름간 고도갤러리에서 열린 '소녀상' 전시회 작품 소개, 전국 29곳과 해외 3곳의 소녀상 사진과 건립 일화도 눈에 띈다.

소녀상이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됐다는 사실은 장소의 상징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여의도공원이나 그 외의 사람들이 많이 가는 장소에 설치됐다면 그 의미는 지금과 다를 것이다. 일본 정부는 소녀상이 해외에 설치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온갖 외교력, 경제력을 동원해서 저지하고 있고 서울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어떤 방식으로든 철거하려는 기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책엔 국내 29곳과 미국·캐나다 등 해외 3곳의 소녀상의 사진과 설명이 담겨 있다. 해가 갈수록 소녀상의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중국과 북한에도 세워질 수 있고, 다른 어느 나라보다 일본에 세워져야 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1만5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