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사실에 스토리텔링 입혀 한인 해외 이주 6개지역 소개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등장...한민족 10명 중 1명 해외동포
▲ <해외 이주, 낯선 세계로 떠난 길>
연창호 지음 사계절 140쪽, 1만3000원

1902년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자들이 하와이로 떠났다. 일본의 침탈과 가난을 피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고국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세기가 지난 지금 700만 명의 동포들이 해외에서 살고 있다. 한민족의 10분의 1에 이르는 수치다.

<해외 이주, 낯선 세계로 떠난 길>(사계절·140쪽)은 그런 우리나라의 역사를 생생하게 담은 책이다.
저자 연창호는 "청소년들이 가족과 민족 공동체까지 생각하는 우리 민족의 저력과 비전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집필동기를 밝혔다.

"우리 선조들은 근대 이후 150년 동안 해외로 진출해 낯선 땅, 말조차 통하지 않는 적응하기 어려운 사회로 들어갔습니다. 그 속에서 각종 차별을 극복하고 오늘의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우뚝 섰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도전과 모험의 역사를 들려주고 어려움 속에서도 양심을 지키며 가족과 민족 공동체를 먼저 생각한 우리 민족의 저력과 비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연 씨는 "현재 우리나라는 다문화가정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고국을 떠나 어렵게 우리나라에 정착한 외국인들과 잘 어우러져 사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책은 한인이 해외이주한 6개 지역을 소개한다. 하와이, 멕시코와 쿠바, 중국 간도, 사할린, 중앙아시아 유럽 독일 등으로 이민간 이민세대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우리 민족이 최초로 이민간 곳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밤 늦도록 사탕수수농장에서 중노동을 해야했지요. 멕시코와 쿠바의 에네켄 농장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책은 역사적 사실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쉽고 재밌게 엮어냈다. 인천 개항장에 사는 인수란 아이가 "하와이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갈등하는 장면, 독립운동가 안창호가 이민자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에서 멕시코로 건너온 사연 등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얘기들이 솔솔 등장한다. 작가는 어디에 중점을 두었을까.

"제가 쓰긴 했지만 일단 이 책은 재밌습니다. 책을 읽은 분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고 하거든요. 재미도 있고 지적인 만족도 얻을 수 있습니다. 가난한 시절의 한인 해외이주 역사이므로 슬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슬픔 속에서도 운명을 헤쳐간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지혜와 희생정신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개인과 가족의 발전을 넘어서 우리 한인들은 해외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어디에서나 먼저 학교를 세우고 한글과 조국의 역사를 가르쳤다"고 강조했다.

"한국어는 역사적 모국어였습니다. 이런 한민족의 공동체적 노력들을 이 책에 담고 싶었습니다. 사탕수수 농장의 소년 노동자, 사할린의 광부 3형제, 중국 간도 땅의 까까머리 중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주의 역사를 들려주고도 싶었구요."

책을 만들게 된 것도 학생들과 더불어 호흡하며 과정이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학예사로 근무하며 해외 한인 이민사를 조사하고 강의했어요. 그러던 중 1년 전 출판사에서 청소년에게 적합한 해외로의 이주 역사 이야기를 써달라는 원고청탁을 받았습니다. 해외 이민 역사에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많아 등장인물을 내세워 스토리를 입히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충북 증평 출신으로 역사선생이 되고 싶었던 연 씨는 언어장애와 가난으로 우여곡절 끝에 늦깎이로 대학에 들어갔다. 지난 2008년 인천시립박물관에 입사한 그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을 거쳐 현재 검단선사박물관 학예사로 근무 중이다. 백제사 흔적이 남아 있는 희귀 중국문헌자료를 백제사 중국자료집으로 펴낸 바 있다. 1만3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