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제정치학자 '지정학 개론서' … 굵직한 역사적 이정표 짚어보기 강조
20·21세기 다양한 국제 사건 토대로 냉전·데탕트·다극화 세계 출현 설명
▲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정상필 옮김
레디셋고
396쪽, 2만2000원

프랑스에 이어 최근 독일에서도 테러가 발생했다. 시리아에서는 난민이 쏟아져 나오고 동남아시아에서도 중동형 테러가 발생한다. 유럽연합과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근래의 브렉시트만 해도, 쏟아지는 정보를 어떻게 선별하고 해석해야 할 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국제뉴스를 접할 때 우리는 현상만 볼 뿐 본질을 알기는 어렵다. 자연스럽게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홍수 같은 정보를 소화하지 못 하는 이유는 과거의 큰 사건들을 배제한 채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레디셋고·396쪽)은 프랑스 국제정치학자 파스칼 보니파스의 지정학 개론서다. 국제관계전략연구소의 소장이자 파리 8대학 교수인 파스칼 보니파스는 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굵직한 역사적 이정표를 짚어보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세계정세를 제대로 읽기 위한 '지정학'이라는 새로운 열쇠를 제시한다.

저자의 이야기는 20세기와 21세기에 일어난 다양한 국제 사건들을 토대로 시작한다. 지정학을 크게 냉전과 데탕트, 다극화 세계의 출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건들을 연속성의 맥락에서 재배치하고, 어떻게 협력과 대립이 차례로 일어났는지 또는 동시에 이뤄졌는지를 보여준다.

유럽의 몰락, 미국과 소련의 등장, 소련의 붕괴 등 1945년 이후의 국제관계 변화를 거시적으로 다룬 이 책은 국가의 권력과 공간의 이동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지정학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오늘날의 국제관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럽은 15세기 말 대항해시대 이후 줄곧 세계를 지배해왔다. 세계의 유럽화를 통해 최초의 세계화를 진행한 것도 유럽이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발발한 재앙과도 같은 두 번의 세계대전은 유럽 중심의 국제관계를 미국과 소련 중심으로 바꿔놓았다. 국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미국과 소련에 의지 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극심한 힘의 양극화가 발생한다.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지향하는 미국과 소련은 상대 국가가 세계를 상대로 더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도록 서로를 경계하며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두 초강대국이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되 전쟁만큼은 피했던 이 시기 등장한 것이 '냉전'과 '데탕트'다.

냉전의 마지막 대형 위기 상황을 연출한 베를린 장벽 건설과 '저비용 고효율'을 가능하게 한 핵무기의 등장은 냉전의 긴 시기를 관통하며 자연스럽게 긴장의 완화를 뜻하는 '데탕트'시기로 변화시킨다.

유럽은 전쟁의 대륙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장 긴 시간 동안 평화를 유지한 반면, 공산주의 체제를 보존하기 위해 동서분열 구도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개혁을 꾀했던 소련은 국제관계의 구조를 바꿔놓았으나 결국 붕괴하고 만다.

이로써 양극화 체제는 자취를 감추었고, 서방세계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극화 체제가 등장한다. 저자는 역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세계대전의 결과가 아닌 이유로 국제질서가 근본적으로 뒤바뀌게 되었으나 국가 간 긴장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국제관계를 시대적 흐름에 따라 생생하게 설명한다. 지정학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세계의 각국들은 어떻게 대처했고, 그에 따라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먼로독트린', '깡패국가', '레알폴리틱' 등의 용어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뜻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 각국 지도자들의 업적을 차근히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정상필 옮김, 2만2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