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길·유시민·진중권·정혜신·김영란 등 지성인들이 말하는 공부법 …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강연 엮은 단행본
▲ <공부의 시대> 강만길·김영란·유시민·정혜신·진중권 창비 768쪽, 3만5000원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선 정작 '진정한 지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생들은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거나 스팩 쌓기에 정신이 없다. 그나마 자투리시간은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알바'에 나서야 한다. 대학생들에겐 공부할 시간이 없다.

새책 <공부의 시대>(창비·768쪽)는 지금이야말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5권 세트로 펴낸 이 책은 강만길, 유시민, 진중권, 정혜신, 김영란 등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알려진 지성인들이 펴낸 '세상을 헤쳐나가는 공부법'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저자들은 말한다. 살아남기만도 벅차다고, 먹고 살기도 바쁘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공부'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인문학이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하지만 실제 대학 도서관에 가 보면 인문·사회과학 도서의 대출은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적 대화'를 나누고 싶은 독자들이 늘기 때문이며 이에 힘입어 인문 도서의 판매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각자도생'(제각기 살아나갈 방도를 꾀함)의 시대에 공부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창비 50주년 특별기획 <공부의 시대>에 참여한 지성인들은 "지금이야말로 공부를 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각 분야에서 자신 만의 길을 만들어온 강만길, 김영란, 유시민, 정혜신, 진중권 다섯명의 지식인들은 책에서 '나'와 '세상'에 대해 묻고, 고민하고, 손 내미는 '진짜' 공부를 이야기하고 있다.

원로 역사학자 강만길은 자신이 일평생 몸으로 겪어낸 역사를 돌이키며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역사의식을 말하고, 독서광으로 소문난 전 대법관 김영란은 자신을 만든 독서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펼쳐 놓는다. 작가 유시민은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거리의 의사' 정혜신은 책이 아닌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는 배움을, 미학자 진중권은 디지털 시대에 인문학이 가야 할 방향을 각각 제시하고 있다.

<공부의 시대> 시리즈는 2016년 초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기념으로 개최한 강연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1000명 정원의 강연에 1만여명이 넘는 독자들이 신청했을 만큼 '공부'에 대한 열망은 대단했다. 지금이야말로 공부가 필요하다는 제안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놀라운 반향을 일으킨 이 기획 강좌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 저자들이 단행본의 원고를 새로이 집필하고, 추가적인 질의응답을 더 알차게 보충했다.

창비 관계자는 "'공부'와 '시대'는 밀접하게 상호작용한다. 일제강점기 소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워야 했던 역사학자, 판사로서의 삶과는 무관한 책만 읽어왔다고 말하지만 그 누구보다 부정한 시대와 치열하게 맞부딪친 대법관, 자신은 그저 '지식 소매상'이라고 하지만 그 지식을 통해 현실 정치에서의 변화를 열렬히 모색했던 전 정치인, 사회적 부정의와 참사 앞에서 진료실을 떠나 거리로 나간 정신의학 전문의, 활자 시대의 종말 앞에 미디어의 세계로 인문학의 방향을 전회한 미학자, 각자 자신이 거쳐온 시대와 밀접하게 연관된 이 다섯 지식인의 공부 이야기는 독자들이 이 혐오와 무관심의 시대를 뚫고 세상과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3만5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