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 시공사 꿈 접고 진로·적성 탐색 후 '창업 도전'

▲ 개복치

중고 쇼케이스 하나로 하루 매출 150만~300만원 성과
탄력 받아 브런치 카페 오픈…7년간 적자 불구 칠전팔기
불철주야 관련 기술 학습…'도레도레' 국내 36개점 열어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1년 정도 '경험' 갖고 시작하길"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한 뒤 테마파크를 짓고 싶었던 과학고 출신 21살 여대생은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했다. 외상으로 산 1.5m 길이 중고 쇼케이스 하나에 의지해 직접 만든 초콜릿을 팔기 시작했다. 하루 150만~300만원 매출을 올렸고, 돈은 순식간에 모였다.

외상값을 모두 갚은 그는 같은 건물에 브런치 전문 카페를 차렸다. 위기 때 마다 신제품으로 돌파하며 디저트업계에서는 신화같은 인물로 등극한 사람. 케이크 마니아들은 창업자 이름은 몰라도 무지개 케이크는 안다.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케이크로 디저트시장을 놀래켰다. 2013년 5억원이던 매출은 2015년 137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매출 250억원, 순이익 25억원을 전망한다. 도레도레의 김경하(31) 대표 이야기다.

직원 300여명이 점조직처럼 국내 36개 매장에 퍼져 있는 회사 도레도레. 도레(dore)는 프랑스어로 '금빛으로 물든'을 뜻한다.

강화에 있는 본점은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뤄 교통체증을 유발할 정도로 유명하다. 고마워 케이크와 소중해 케이크로 이름을 알려 전국에 포진한 케이크가게는 김 대표의 도전이 낳은 '선물'이다.

▲일단 도전

▲ 김경하 도레도레 대표


도레도레의 시작은 2006년, 김경하 대표가 대학교 3학년 1학기 개강을 앞둔 2월 시작됐다. 중고 쇼케이스를 외상으로 구매하고, 수제초콜렛을 예쁘게 포장, 전시했다. 옆에는 시식코너를 마련해 판매를 시작했는데, 발렌타인데이 특수로 대박이 났다.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의 유명 건설회사에 들어가 테마파크를 짓고 싶었던 김 대표가 초콜렛을 만든 이유는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를 건설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많았던 시절이었고, 꿈도 컸다. 자신만의 테마파크를 한국에서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때 길이 1.5m짜리 매대에서 초콜렛을 팔기 시작한게 도레도레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초콜렛 장사는 성공적이었다. 용기를 얻은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사고를 치기로 결심하고 같은 건물에 임대를 얻어 브런치 카페를 차렸다. 임대를 얻을 당시에도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목돈이 없어 초기 인테리어 시공과 공간 임대비용 등을 '할부'로 냈다.

"당시 거래를 했던 분들께서 딸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 열심히 해보겠다고 덤벼드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셨던 것 같습니다. 세상 천지에 보증금을 3개월에 나눠서 내고, 인테리어 비용 역시 할부로 낸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죠. 지금도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브런치 카페는 그런대로 운영이 됐지만 새로운 꿈이 있었다. 친숙하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변의 음식, 바로 케익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저러다 말겠지' 하는데 오기가 생겨서 관둘 수 없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될 거라고 얘기한 적이 없었습니다."

돈 문제가 해결되면 사람관계가 어려웠다. 직원들을 지적하고 싶어도 혹 관둘까 겁이나 속으로만 끙끙 앓기도 했다. 이에 자신이 할 줄 모르는 일에 대해 지적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밤낮으로 초콜렛 만드는 방법, 빵을 굽는 방법 등을 배우러 다녔다. 결과적으로 매장에 누군가 없어도 김 대표가 자리를 대신할 수 있고,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 삿뽀로말차

매일 도전, '그 다음은?'

초밥케이크, 개복치케이크, 워터멜롱케이크. 도레도레 매장은 매일 가도 새롭다. 새로운 메뉴가 하루에 하나 꼴로 나오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해변 옆 청사포 매장에는 지역 특산물인 개복치를 모델로 삼은 개복치케이크는 여전히 SNS를 뜨겁게 달구는 소재가 되고 있다. 시원한 여름을 위한 수박처럼 생긴 워터멜롱케이크도 출시됐다. 그렇게 1년이면 신메뉴가 300여개 나오고, 김 대표는 그 중 반응이 좋았던 제품을 추리고 추린다.

"추려내고 남는 것이 하나일지라도 그게 성공하면 그건 성공한 것입니다. 그 성공하는 아이템 하나를 찾기 위해 저는 매일 도전합니다. 이 다음은? 방향은? 아이템은? 매일 이런 질문들이 제게는 늘 도전이죠."

김 대표는 도레도레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식업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도레도레 역시 '지속가능성'을 찾는 것은 늘 새로운 도전이고, 이를 위해 1년 365일 새로운 아이템을 내고 살아남은 아이템을 살리고 반복한다. 그 과정이 오래 지속될수록 도레도레의 수명은 길어진다.

인천 강화에 본점을 두고 구월동에 법인사무실을 운영하는 '인천기업' 도레도레법인에는 현재 도레도레 외에도 도레 과자점, 고마워 케이크, 마호가니, 레베카 베이커리, 미스 도레도레, 디쉬룸, 도레식탁 등 12개의 브랜드가 있다. 새로운 아이템, 살아남은 아이템을 위한 겉옷이 되는 것이다. 그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레도레는 여전히 성장중이다.

▲디저트계의 사관학교

▲ 소중해

창업 초기에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면 눈부신 성장기를 거처 성숙기로 넘어가는 지금 도레도레에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고마워케이크로 디저트계에 돌풍을 일으켰으니, 이제는 '사관학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도레도레에서 일했던 직원들 중 누군가 독립해 나가면 저는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 갇힌 것은 옛날 방식이라 생각하기에 최대한 개방하고 싶습니다. 다만 함께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저 사람은 도레도레 출신이야'라고 말했을 때 인정받으면 좋겠어요."

어릴 때부터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는 도레도레를 운영함에 있어서도 공유경제가 통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기에 최대한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렇기에 직원들이 나가서 경쟁자가 돼도 오히려 행복할 것 같다고 말한다.

21살 젊은 나이에 창업해 10년이 지난 지금, 10년 전 자신에게 김 대표는 이렇게 조언한다.

"아주 조금만 경험하고 시작하세요.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합니다. 다만, 부딪치고 깨져도 보고, 경험해야 합니다. 그러나 맨땅에 헤딩하기 전에 1년이라도 조금만 준비를 한다면 덜 어려울 것이니 조금만 경험을 하고 시작하세요."


/황은우 기자 hew@incheonilbo.com